“마라톤 첫 풀코스, 별거 아니겠지!!" 이런 분들은 꼭 보세요
혼자 뛰다 멈추기를 반복하던 시절, 마라톤 대회에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한 지 4개월, 첫 32km 대회와 이어진 하프 마라톤에서 모두 부상 없이 완주했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이랬습니다.
"풀코스도 크게 다를 게 없겠지."
I. 쭉쭉 올라가는 자신감
1. 꾸준한 훈련
주 2회 정모는 빠지지 않았고, 정모가 없는 날엔 집 근처 비봉산을 뛰어올랐습니다. 산 정상까지 2.7km. 정상에서 숨을 몰아쉬며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며 느꼈죠.
“산도 뛰는 사람이 되었구나.”
무더운 여름에도 쉬지 않고 달렸던 건, 그해가 처음이었습니다.
2. 마라톤 풀코스 신청과 목표
32km에서 42km라면 10km만 더 뛰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9월 22일 공주부여 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했습니다.
“이번 여름 열심히 뛰어서 3시간 40분 안에 들어와야지.”
II. 될까?
1. 처음 겪은 호흡 곤란
“오늘은 20km 달려볼까?”
약한 비가 내려 뛰기 괜찮겠다 싶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초반부터 너무 편했습니다. 5분30초 페이스로 달리며 ‘산 훈련이 효과가 있나?’ 싶었지만, 5km 이후부터 갑자기 숨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를 늦춰도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9km 지점에서 멈췄습니다.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 젖은 운동복 탓에 결국 공공자전거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크게 무리한 것도 아닌데, 그때부터 달리기가 약간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2. 위험했던 순간
한 번은 달리다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3일 동안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달리기가 이렇게 위험할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3. 다시 찾은 자신감
두 번의 고생 후엔 자신감이 사라졌습니다. ‘3시간 40분은커녕 완주할 수 있을까?’
그런데 더위가 물러나면서 호흡 곤란도 사라지고, 몸이 점점 회복되었습니다. 특히 대회 전 마지막 32km LSD에서 마지막 4km를 5분 초반, 어떤 구간은 4분 후반으로 달렸습니다.
‘그래, 3시간 40분은 어렵겠지만 4시간은 충분히 가능하겠는데?’
대회 전, 나름 자신감 뿡뿡이 상태였습니다.
III. 자신감까지는 좋았는데… 자만이 문제였다
1. 동호회 선배들의 조언
아래 사진 속 세 분은 모두 100km 울트라를 완주하신 노장님들입니다. 인터벌 훈련 때 전 한 바퀴만 뛰고 그만뒀지만, 세 분은 끝까지 완주하셨죠.
그날 뒷풀이에서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풀코스는 처음이면 진짜 힘들어. 32km랑은 달라. 35km 넘어서부터가 진짜야.”
2. 듣고 싶은 말만 들었던 나
하지만 대회 날, 왜 그 말을 잊었을까요? 왜 21km를 ‘하프’라 생각하고 속도를 올렸을까요?
많은 선배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풀코스의 하프는 21km가 아니라 32km야. 그 지점부터 몸이 이상하게 변해. 진짜 싸움은 그때부터야.”
그런데 저는 10km까지는 잘 참았지만, 이후부터는 들뜬 마음에 페이스가 들쑥날쑥했습니다. 5분 초반 → 5분 후반으로 오르락내리락… 결국 21km 이후부터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32km를 겨우 통과했을 땐, 오른쪽 무릎이 타는 듯이 아팠고, 이후 병원에서 장경인대건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부상은 지금도 완전히 낫지 않았습니다.
3. 깨달음
지금 돌아보면, 10km까지의 여유로운 페이스와 긴장감을 32km까지 유지했어야 했습니다. 욕심이 몸을 망가뜨렸고, 억지로 끌고 가다 결국 무릎이 버티지 못했던 거죠.
모든 분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마라톤 풀코스가 처음이라면 꼭 기억하세요.
“마라톤 풀코스의 진짜 하프는 21km가 아니라 32km입니다.”
이 경험으로, 달리기에 대해 겸손해 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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