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첫 풀코스 1편 _ 자신감은 하늘을 뚫고

첫 풀코스 마라톤 준비기 1편: 동호회, 훈련, 출발 전 이야기

 


혼자 안양천을 뛸 때는, 마라톤 대회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동호회 가입 1년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혼자 뛰다 처음 들어오신 회원님이 있는데,,,사모님이 걱정을 하시더라구요.   

I. 마라톤 동호회

1. “바람 나는 거 아냐?”


얼마 전 동호회에 들어오신 주봉 형님 이야기입니다.
안양 지역 마라톤 클럽을 알아보다가 사모님께서 한마디 하셨죠.

“산악회 가입하면 바람난다고 하던데, 마라톤 클럽도 그런 거 아냐?
그냥 혼자 뛰면 되지 동호회까지 가입해야 해?”

그렇게 형님은 평중마를 찾게 되었고,
'토요일 아침 평촌 중앙공원에서 정모한다던데… 몰래 한번 가볼까?'
하셨답니다.

하필 그날은 사람이 거의 없던 날이었고,
공원에는 회장님과 고문님 두 분만 계셨다고 합니다.

운동을 마친 뒤 형님은 이렇게 말했죠.

“먼 발치에서 지켜보다가 두 분만 계시길래,
그냥 그쪽으로 가서 동호회 들어오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2. 달리기에 충실한 우리

평중마 단톡에는 총 40여명이 있고,
많을 때는 15명, 적을 때는 회장님 혼자라도
수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 정모를 꾸준히 이어집니다.

토요일 운동이 끝나면 커피나 이온 음료를 마시며
짧은 남자들의 수다 타임을 갖고,

“어여 들어가서 가정에 충실해야죠 ^^”

하며 헤어집니다.
수요일 저녁에는 가끔 맥주 한 잔도 하고요.

달리기만 하고 싶은 사람은 달리기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편히 이야기를 나누는 곳.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자꾸 보면 정이 붙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요즘은 수요 정모 전에
빨래와 설거지를 마치고 와이프님의 허락을 받은 뒤 참석합니다.

 

II. 마라톤 축제를 준비하며

1. “저는 대회까지는 아니고… 그냥 달리기만 할게요!”

동호회 가입 전, 그리고 가입 후 몇 달 동안도
저는 대회에 나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굳이 대회까지 나가야 하나?’

하지만 회장님의 권유로 2월 첫 대회를 나갔다가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 대회장 특유의 축제 같은 분위기
  • 목표 거리를 완주했을 때의 뿌듯함
  • 맥주 한 잔하며 마음껏 나누는 달리기 이야기

그렇게 2월 이후 두 번 더 대회에 나갔고,
최근엔 한양도성길 트레일런이라는 달리기 소풍까지 다녀왔습니다.

 

2. 훈련에 진심인 회장님

동호회 가입 전까지 저는 10km 이상 달린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11월 가입 후, 2월 대회를 앞두고
회장님이 체계적인 훈련 계획을 잡아주셨습니다.

“이번 달까지는 어디까지 갔다 오고,
조금 지나면 언덕 훈련, 바라산 러닝,
산 인터벌, 그리고 대회 전에는 32km LSD도 해야 해요.”

당시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공주 마라톤을 준비하며 주 2회 꾸준히 참여하다 보니
모든 훈련이 퍼즐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 여름엔 트레일런과 삼막사로 체력 강화
  • 대회가 다가오면 인터벌로 속도 향상
  • 대회 직전엔 32km LSD로 장거리 적응

모든 과정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죠.

 

III. 첫 풀코스 마라톤 시작 전까지

1. “중앙공원에서 5시 40분 출발해요”

LSD로 30km 이상 달리다 보면
훈련 전 반드시 해야 하는 두 가지가 생깁니다.

  • 든든히 먹기
  • 비우기

안양에서 공주까지 약 2시간,
대회는 9시.
너무 이른 출발 같았지만 ‘늦는 것보단 낫겠지’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긴장 탓인지 잘 수가 없더군요.
밤 10시에 누웠지만 새벽 1시 넘어서야 겨우 잠들고,
알람은 두 번이나 미루고 일어났습니다.

결국 밥도 못 먹고 비우지도 못한 채 출발했고, 
가는 동안 눈을 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노력했습니다.

 

2. “휴게소에서 40분 있을 거예요”

휴게소에 들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무려 40분 동안 머무르는 줄은 몰랐습니다.

‘밥 먹고 화장실도 갈 수 있겠네.’
든든히 먹고 비우니 몸과 마음 모두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때 첫 번째 자신감이 생겼죠.

‘왠지 오늘 괜찮게 달릴 수 있겠는데?’

 

3. 출발 전

출발 직전 저는 말했습니다.

“저는 음악 들으면서 낭만을 만끽하며 달릴게요!”

고문님은 핸드폰 들고 뛰는 게 힘들다며 말리셨지만
저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즐겁게 뛰는 게 우선이에요. 완주가 목표고
가능하면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게 목표라 천천히 갈게요.”

그때 모드리치님이 현실을 알려주셨죠.

“서부4면 적어도 페이스 5:40은 나와야 하는데…”

잠시 걱정은 되었지만,
여름 내내 쉬지 않고 달린 훈련과 직전 인터벌 덕분에
확신이 80%는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 낭만 달리기는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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