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 중앙 마라톤 클럽 _ 240926 수요일 훈련


I. 수요일은

4시 30분, 갑자기 분주해 집니다. 

'설거지하고, 빨래 개고 널고, 둘째는 삽겹살 구워주면 될 거 같고, 첫째는 뭐 해주지, 둘 다 뭐 그렇게 식성이 틀린지,,,, 계란말이 함 해보자' 

일찍 퇴근하는 찜찜함에,,사무실을 몇 번 둘러보고, 문을 닫습니다. 


가장 오래 걸릴 빨래부터 돌리고,,,,놀고 있는 둘째 방을 엽니다. 
아들놈과의 대화는 항상,, Yes or No 입니다.  

"대현(둘째) 삽겹살 먹을 거야?"

",,,,,,,,, 어" 

"많이?"

",,,,,, 적당히" 

"지금? "

"어" 


그렇게 삽겹살 4줄을 고기판에 올려놓고, youtube에 "계란말이"를 검색합니다. 백종원 영상!!

"대현 먹어!" 

"계란말이는 왜? 형? " 

"어"

계란말이 하다, 밥먹을 시간이 없을 거 같아, 왔다갔다 하면서 둘째 놈 삼겹살에 두 번째 젓가락을 대니, 어이없다는 듯 쳐다봅니다.  

"알았어 안 먹을 게!! 부족해?"

",,,,,, 아니야,,," 


계란말이를 접시에 담아 놓고, '빨래만 널면 끝나겠네' 첫째 방문을 열고,  

"진유야 계란말이 있고, 이따 엄마오면 김치찌개 끓여달라 해" 

"아빠, 나 병원 데려다 줘"

"어?(생각치도 못한 복병),,,,아빠 오늘 운동 가는데,,,, " 

",,,,알았어" 

방문을 닫고 남아 있는 빨래를 개려는데,,,,,찜찜합니다. 

"아빠 빨래만 널고 바로 병원 가자" 


그렇게 "병원픽업"이라는 마지막 미션을 끝내고 있는데, 와이프한테 전화가,,

"짐 전철 타. 배고파!!" 

"나 오늘 운동가는데,, "

"다쳤는데 어딜가?" 

"그냥 천천히 걸어보려고, 참 대현이는 삼겹살 먹었고, 진유는 계란말이 해 놓았어, 빨래는 들마른거 빼고 개 놓았고, 검은 빨래도 돌려서 널어 놓았고"

구두로 일일 보고를 마칩니다. 


"알았어, 배고파서 범계에서 뭐 먹고 가야겠다."

"참, 나 운동 끝나고 저녁 먹고 갈게" 

"오늘도 꽐라 대서 오냐?" => "너무 취하지 말고" 잔잔한 지시사항이 나왔어야 하는데,,, 

"아니야,,,,,"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늦더라도 진심어린 허락을 득할 건인가?'

'운동 후 술자리에서 와이프의 묵직한 전화 한발을 감내할 것인가?' 


"진유 병원 데려다 주고 범계역으로 갈게, 같이 먹자" 

"됐어, 너 운동 끝나고 저녁 먹는다며,," 

"아니야 나도 배고파, 나도 뭐 좀 먹고 가야지!!" (진심을 다해 이야기 합니다.) 

"알았어 그럼^^"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초인적인 의지로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 배까지 불려 자유공원에 도착합니다. 


II. 체력을 위해

 


'분명, 모드리치님도, 꼬미노님도 안오는데,, 왜 이렇게 많지? 다른 동호회하고 같이 뛰나?' 

평중마 지박령 선배님들도 다 와 계시고, 지난주에 이어 참석해 주신 마초님, 

정말 간만에 뵙는 모닝빵님!!,

다크호스 주봉형님, 그리고, 혼자 열심히 달리고 계시는 동진씨. 


1. 간만에 뵙는 모닝빵님  

다쳐서 한 바퀴만 걷고, 할일 없어, 주차장에서 push up 하고 있는데, 모닝빵님이 오시더군요. 

"모닝빵님 너무 간만에 뵙네요"

"그러게요. 근데 살이 좀 찌신 거 같은데,,," 

밥을 너무 많이 먹었더니,, 근육 없는 뱃살이 툭 !!,,, 

"밥을 먹어서,, 참 잘 지내셨어요?"

"그냥 뭐,,운동을 하도 안 하니까 체력도 떨어지고, 체력이 없으니 놀지도 못하고,,, 그래서 다시 뛰어보려구요" 

"그렇죠. 전, 피곤하면 참지 못하고 주변에 짜증을 내서,,, 가족한테 잘 하려면, 체력도 중요한 거 같아요." 


2. 동호회 들기 전 달리기 루틴  

기분 좋은 가을, 
자주 뛰었던 거 같고, 그 탄력이 겨울 초입까지 이어집니다.  


갑자기 추워지는 어느 겨울날, 

'오늘 나가면 얼굴 다 기스나,, 뛸 날씨는 아니지!! 뛸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쉬는 거야!!'
 

'천재지변으로 인한 운항 취소' 라는 강력한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하루 이틀이 일주일이 되고, '헬스장에서 뛸까?' 

모를 땐 뛰었어도, 지루한 러닝머신은,,,, 

1주일, 아니 한 달에 한 두 번 간신히 뛰고 따뜻해 지기를 기다립니다. 


초록색 봄에, 

하루 이틀 나가다 보니, 기분도 좋고 다시 달리기가 루틴이 됩니다. 


그리고 6월, 

'뭔놈의 날씨가 벌써 이렇게 더워!!' 

'너무 더워서,,' '어,, 선선한데 비가 오네' 

좋은 핑계거리가 많이도 생기는 여름이 고맙기도 하고,,,,, 


돌아보면,  

'1년 내내 달리는데,,,,체력은??? 달리기는 그냥 건강인가 보다. 그래도 감기는 안 걸리잖아!' 

자주 뛰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마치 1년 내내 열심히 달렸다는 착각을 만들었던 거 같습니다.
실제 달린 날은,, 많지 않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달리기=체력' 보다는 

'달리기=건강' 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3. 작년 겨울부터 

20년의 직장 생활을 접고, 처음으로 개인 사업을 생각했습니다. 

리스크를 싫어하는 성격 인지라 정년까지 갈 줄 알았는데,,,, 그렇게 남들이 이야기 하는 전쟁터에서 지옥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여러가지 고민으로 사업 관련 영상을 보다가,,,, 

'9가지 잘하고, 1가지가 부족하면, 9가지 템포는 부족한 1가지 템포에 맞추어 갈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부족한 체력' 

갑자기 추워지는 어느 겨울날,
손과 얼굴 주변에 신경 쓰고 1~2km만 달리면 춥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처음 달리기 동호회(평촌중앙마라톤 클럽)에 들어 32km 대회까지 등록하니,
자연스럽게 토요일 마다 20km 넘게 달리기도 하고, 바라산도 가고, 
그렇게, 회장님, 마초님, 고문님과 겨울을 보내고,  
 

초록색 봄에,
마라톤이, 대회가 아니라 축제라는 걸 알게 되면서 루틴에 가끔 혼자 달려도 10km이상 장거리가 포함 되고,
점점, 동호회분들과 같이 달리는 시간이 소중해 지고,  


그리고 6월,
땡볕을 피할 수 있는 아침 달리기 또는 산 둘레길 달리기를 하고, 가끔 우중런을 하고,
고문님, 하늘님. 회장님과 삼박사 계곡에 풍덩한 이후부터는 달리기 말고 또 한 가지 기쁨이 추가되더군요. 

"크~~~~ 갈증을 계속 날려줄 시원한 맥주 한잔 !! 그리고 이야기 꽃" 

달린 후 삼박사 계곡샤워 

   

그렇게, 기분 좋은 가을이 되었고, 1년 동안 꾸준히 달린 첫 한해가 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체력은???

한 4개월 정도 꾸준히 달리면서 가끔 10km에서 15km로 거리를 늘려 뛸 때, 와이프한테 

"오늘 AS하다 포기하고 싶더라, 모든 변수 다 점검해도 해결은 안되지,, 속은 타고,, 밥도 넘어가지 않고, 결국 해결했는데,, 너무 신경 썻더니 머리가 아직도 멍하네,," 

"고생했네.." 

"근데 처음인 거 같아, 8시간 내내 서서 그렇게 작업한 게,, 평소 같으면 허리도 아프고,,잠깐 잠깐 앉아 쉬었을 텐데,,,," 


III. 평중마 지박령  

동호회라는 게 참 조심스럽습니다. 

와이프 직장에도 산악 마라톤 하시는 분이 계신데,,,,한참 전, 

"저희 남편은 달리기만 하고 바로 들어오던데요" 
"어?? 마라톤 동호회가 그럴 순 없는데,,,,,"  

그리고 한달전쯤,,, 

"아니 그렇게 술 마실거면 뭐하러 뛰는지??" 
"에이,, 그것 때문에 뛰는 건데요. 이제 동호회 같네요" 


저한테는 그 분수령이 동호회 가입 8개월이 지난 삼막사 계곡이였던 거 같습니다. 

왠지 주중에 자리 비우면 와이프 혼자 모든 일을 해야 하기에, 
수요일 저녁 모임에 잘 참석하지도 않았고, 
술까지 먹고 들어간다는 게, 너무 많은 시간을 동호회에서 보내는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 날은, 더운 날씨에 죽도록 뛰고, 탈탈 털린 상태에서 계곡에 입수하니,, 
정말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끝내주더군요 !! 

그냥 가는 게 너무 아쉽기도 하고, 타들어가는 갈증으로 맥주가 어떤 맛인지 알기에,,,,, 쭈뻣쭈뻣할때 회장님께서,, 

"정팀 오늘 맥주 한잔 하실래요? 그냥 간단히 한두잔하고 갈건데,," 


그렇게, 처음으로 고문님, 하늘님, 회장님. 평중마 지박령 세분과 같이 했습니다. 


간혹, 
일 때문에 속상해 하고, 
속상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과 한잔하면서 또 일 이야기 하고, 
그러고 그렇게 다음날 똑같은 일하고,  

매몰되어 내 삶을 일로 맴맴 돌게 하기보다,  
가끔 다른 삶을 살고 계신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다시한번 강조 드리면, 

지박령 세 분은 육체가 아닌 혼으로 저희 주변을 맴돌고 있기에,  
저처럼 때가 되어 혼을 볼 수 있을 때만, 
그리고 그 혼을 간절히!! 보고 싶을 때만 

맥주와 함께 지박령 세분이 나타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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