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_ 34km LSD 훈련


I. 하룻강아지 

회장님(대표님으로 부르겠습니다)과는 예전 다이요잉크 다니실 때 개발 팀장님으로 처음 뵈었고, 이후 대표님께서 사업 시작하면서 몇 번 뵈었습니다. 

 
당시, 열심히 달리고 있었고, 10년 만에 처음 10km를 50분 안에 들어왔습니다.
회사에 방문하신 대표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달리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깨뽕 심하게 올라간 하룻강아지가 범을 보고 짖기 시작했죠.  


"어? 대표님도 달리기 하세요?" 
"아 네, 달린지 꽤 되었는데, 그렇게 잘 달리진 못해요" 

대표님께 10km 기록을 보여드리며, 별거 아닌 것처럼 

"저도 달린지 꽤 되었는데요"  

"엄청 잘 달리네요. 괜찮으면 저희 동호회에 들어오세요" 

"아,, 전 그냥 혼자 달리는 게 편해서요 " 

"이렇게 잘 달리면,, 같이 달리면 좋을텐데,,, " 


이후 대표님 뵐 때마다, 너무 많은 칭찬 하셔서, 어깨뽕 잔뜩 들어간 상태로 마치,, 대단한 걸 드리는 것처럼. 

"네 한번 나가 볼게요 !!" 

  

II. 너 자신을 알라 !!   

매일 매일 빠르게 달리면 실력이 향상되는 줄 알고, 95% 이상을 최대심박수로 달리는 나날들이었습니다. 

뛰고 나면 와이프한테,  


"안양천 달리는 사람들 중 내가 제일 빠른 거 같아, 간혹 마라톤너처럼 보이는 사람 빼고" 


그랬던 저였는데, 동호회 몇 번 나가 훈련하고, 대회를 처음 갔다 와서는 "주제 파악" 이 되더군요.


인생에서 내 자신을 알기에는 한없이 힘들지만, 달리기에서는 금방 알게 되더군요.  


  

III. 남과 비교하지 말고 !! 

동호회 들기 전 종종 와이프한테, 


"그냥 천천히 뛰고 있는데, 날 추월하는거야, 참나!! 갑자기 전투력이 상승하면서,,  쫓아 올 엄두도 못 내게 달렸더니,, 힘드네" 


달리기라는 게, 간단 명료하게 인생을 알게 해 줍니다. 

동호회 선배님들과 같이 달리고, 마라톤 대회에서 잘 달리는 사람들을 보니, 

누군가 날 추월하거나, 달리기 폼이 좋으면, 그냥 '아 잘 달리는 구나!' '대단하다.' '멋있다' 


그렇게 주제파악이 된 저는 남을 부러워하기 보단, 그냥 감탄하고,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어제보단 나아지려고 노력합니다. 


IV. 그렇게 나를 위한 34km LSD 훈련  

1. 이 편함 그대로 

7km 정도 달렸을 때, '이 편함 그대로 끝까지 유지되었으면,,'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한 10km 이상 달리다 보면 호흡은 괜찮은데 심박수가 처음보다 올라간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렇게, 10km를 지나니 상쾌함은 사라지고, 슬슬 하체가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이 상태가 제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2. '아 힘드네, 아직 반도 못 갔는데..'  

평소 같으면 반환점을 돌고 집에 가는 길이였을텐데,, 34km LSD 아직도 직진 중입니다. 

몸이 힘들어지면서, '반환점에 가면 물도, 초코바도 먹고 좀 쉴 수 있어' 

34km는 저기 깊은 곳에 잠자고, 우선 '반만 가자!!' 

잠깐, 찍은 비디오 샷


   

 

3. 또 다시 17km  

반환점에 도착해 가방에 있는 모든 걸 뱃속에 넣습니다. 

당 떨어짐 방지 목적도 있지만, 가방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고 싶어서,,,

쉬다보니,뛰고 싶지 않은 생각이 점점 커집니다. 

그럴 즈음, 다들 꺼내고 싶은 않은 말 !!

"자 이제 출발 하시죠" 

그렇게 터벅터벅 걸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할 즈음, 

"이제 뜁니다." 

 

4. 최종 목표를 세우고, 중간 중간 세부 목표로 나누어라 !! 

자기 개발서를 보면 자주 나오는 말이고, 읽을 때마다 완전 짜증이였던 문구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로 정신없는데, 뭔놈의 인생 목표???, 게다가 세부 목표???? 


근데, 그 날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꾸 작은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기아대교 지나 안양에만 진입하면 너무 좋겠다. 우선 기아대교까지 가자 !!'



5. 작은 성공을 이룬 당신에게 보상하라 !! 

그렇게 기아대교를 지나니 편한 마음은 점점 사라지고, 평촌중앙공원이 너무 멀리 느껴졌습니다. 

모드리치님이 

"27km 지점에서 잠깐 쉬었다 가시죠"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렇게 달리다 점점 목이 마르더군요. 반환점에서 모든 걸 뱃속에 넣어 물도 초코바도 없고,,, 

갑자기 27km에서 조금만 더 가면 농구장 편의점 있는 게 생각났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편의점이고 거기서 쉬시죠. 제가 파워에이드 쏘겠습니다." 

사람이라는 게 참 단순한 거 같습니다. 

최종 목표가 평촌중앙공원임에도, 그 순간 부담스러운 최종목표는 사라지고, 

"편의점!! 파워에이드!!" 두 개만 생각나더군요. 
 

이렇게 작은 목표에 보상까지 설정하니 또 달릴만 하더군요 !! 



V. "힘이 남으면 마지막은 5분대로 달려 보세요" 


1. 각자 달리는 4km  

모드리치님께서 

"회장님께서 여기부터 쌍개울까지 힘이 남으면 5분대로 달리라" 고 하셨으니, 여기부터 쌍개울까지는 각자 달리시죠.

꽃미노님은

"먼저 달리세요. 전 힘들어서,, 천천히 갈게요"   

주봉 형님께서는 

"제가 중앙공원에 먼저 가서 커피 사 놓을게요" 

세상은 참 불공평한 거 같습니다. 
달리기 시작하신지 오래되지 않으신 주봉 형님께서 처음 나간 하프를 1시간 30분대로 마무리했고, 
역시나, 그 실력 그대로 얼마 되지 않아 시야에서 사라지시고,,,, 


2. "그냥 중앙공원에만 도착하면 좋겠다!!" 

파워에이드 말고, 차디찬 파인애플 슬러시를 먹었더니, 뛰면서 왼쪽 가슴이 아프더군요.

잠깐 뒤로 쳐지고, 천근만근 다리를 느끼며 '그냥 지금 페이스만 유지하자!!' 는 생각으로 잠깐 멀어지는 모드리치님 뒤를 따라갔습니다. 

가슴 통증이 사라지면서,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점점 속도가 붙더군요. 

'쌍개울까지만 이 속도를 유지하자'   

한참 달리고 있을 때, 스마트 워치에서 징~~ ' 4분44초' 32km 구간이였는데,,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인터벌 훈련이 도움이 되었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3. 그리고 회장님의 전화 

뿌듯함으로 커피와 함께 수다 타임을 갖고 있는데,,, 회장님께서 전화 하셔서,,,, 

"오늘 너무 고생 많았어요. 같이하지 못해 미안하구요"  

제 추측이지만,, 회장님 목소리에 뿌듯함이 느껴지더군요.

고문님, 하늘님, 회장님 이렇게 세 분이서 코로나 시절을 견디며, 평중마의 명목을 이어오셨는데,, 어느덧 한두 분 회원이 늘어 

회장님 없이도 훈련이 진행되는 걸,, 뿌듯해 하시는 거 같은 느낌??? 


VI. 달리기라는 게  

"노력 + 운 + 인맥(아부?) = 성공" 힘든 사회생활 공식 속에 사는 우리에게, 

"이번에 열심히 했나 보네. 등수가 많이 올랐어" 

학창 시절 이야기처럼 "노력 = 성과" 라는 순수함이 있기에 좋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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