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마라톤 첫 풀코스 3 편 _ 달리는 이유!!

I. "내 인생의 페이스" 


1. 자기소개 

세 번째 직장 최종 면접 자리였습니다.
공장장 같은 분이 중앙에(사장님이셨죠) 계셨고, 부사장님 두분, 인사부장님 등,,, 면접 보시는 분이 6명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자기 소개 해 주세요." 

대학교 졸업 후 중견기업 면접을 두 번 보았는데, 볼 때마다 연락이 없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준비도 없었고, 좋은 면만 강조해야 된다는 생각에, 진솔하지 못했던 게 이유였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면접에 꽝이라,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책임감이 강한 부모님 밑에서,,,, 시골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살았던 거 같습니다. 대학교에서는 태권도 동아리 활동 빼고는 8년 넘게 놀기만 했습니다.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저마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무직인 절 보며 후회와 함께, 어떻게든 그 친구들보다 더 좋은 위치에 가고 싶은 욕심에, 지금은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지원한 사업 담당 부사장님께서 웃으시면서, 

"그래도, 대학교 때 놀기만 한 건 아니네. 운동이라도 했으니,,,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2. 내 삶의 페이스

우선 순위를 가정보다 직장에 두고 이혼 당할뻔도 했고, 
출장 중 뇌수막염에 걸려, 10일 동안 병원에서 나오지 못한 적도 있고,
직장에 매몰되어, 인생 다 산 것처럼,, 시들시들 한적도 많고,, 

그렇게, 장거리 달리기도 힘든데,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들쑥날쑥한 인터벌의 연속이었던 거 같습니다. 

40중반 되니, 숨막히는 고민 하나가 더 생기더군요. 

'야 넌 뭔데? 팀장들 모두 밑으로 들어오려고 노력하는데, 넌 손을 내밀어도 안 잡아??? 그렇게 한번 해봐!!!'   

무언의 불이익을 감내할 것인가?
싫어하는 넘의 딸랑이가 될 것인가?


3. 그리고 방향성

그렇게 힘든 페이스를 소화하면서도 불안은 커지고, 느끼는 시기도 잦고,,,,

직장 생활이라는 게, 숨막히는 넘!! 고민보다 더 큰 고민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더군요. 

달릴 때 가끔 보게 되는 앞 사람의 T shirt, finisher!!

Finish line 없이 무작정 달려야 하고,
Finish line은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 결정되고, 
Finish line을 자의 던 타의 던 통과해도, 알 수 없는 또 다른 레이스를 시작해야 하는 불안감!!
 


II. 내가 달리는 이유    

1. 하프를 지나 후반부에,   

하프 이후, 5분 초반 페이스가 후반대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28km 지점에서 왼쪽 무릎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급수대에서 결국 멈춰서 물을 연거푸 들이켰습니다. 

'혹시 물이라도 많이 마시면, 잠시 달리기를 멈추면 무릎이 괜찮아지지 않을까?'

32km 반환점 도착 후 달리기 동작만 하면 오른쪽 무릎 통증이 심해졌지만,  

'다시 뛰어 보자!!'  

200미터도 못 가 멈추고, 한참 걷뛰를 반복하다, 34km 지점인가? 

달리기를 포기하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무릎이 따라주지 않는데,,어쩔 수 없는 거야'

'이렇게 걸으면 5시간 넘어 도착할 거 같은데,,, 기다리시는 분들한테 민폐인데,,'


때마침 보이는 두 대의 수거 차량 !! 

'탈까? 오늘만 달릴꺼야?? 제발 무리하지마!!, 많은 분들이 얘기 하시고,,' 

'계속 이대로 가다간, 부상으로 한동안 못 달리수도 있겠지!!' 


고민하는 사이, 앞서가던 분께서 백하시더니 차에 오르시더군요.
저도 결론을 내려야 했습니다. 

'첫 풀코스를 포기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까?'

'기다리시는 동호회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분명 한동안 부상으로 달리지 못할 수도 있어, 그냥 감안하자. 포기보단 낫지' 

그렇게 마음먹으니,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나더군요.
무릎이 아픈 오른쪽 발은 최대한 굽히지 않고, 아직 살아 있는 왼발에 좀 더 힘을 주니,
쩔룩거리는 동작이지만 달리기 동작을 좀 더 할 수 있었습니다.  

 

2. 빨간 모자와 멀리서 보이는 고문님    

9분 10분 페이스로 힘들게 오다 보니, 어느덧 39km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심박수는,,110 또는 115. 제 오른발이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습니다.
희망이 보일 마지막 3km가,,, 30분이라는 부담으로 다가왔고, 절룩거리는 동작도 거의 한계에 왔고,, 

그렇게 낭떠러지가 보이는 기나긴 다리를 끊임없이 걷뛰할 때, 멀리서 빨간모자가 보이더군요. 

'설마,, 다시 오셨나?'  

그렇게 하늘님께서 낭떠러지 끝자락 다리 끝나는 곳에 재림하셨고,  

"정팀이 그렇게 늦을 거 같지 않았는데,,너무 늦길래 부상 있나 해서,,힘들면 걸어도 되고, 너무 무리하지마 !!"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두 가지 마음으로 다리를 옮기다 보니, 마지막 코너가 보였습니다. 

고문님께서 그 코너에 나와 계셨고, 왠지,, '자 어린양들아 이제 편히 쉬어라' 고 하듯이 느껴지던군요. 


3. 달리는 이유

싫은 넘과 엮이지 않고, 나만의 노력으로 끝나는 깨끗한 한판이라서 !!  

Finish line을 알고, 페이스를 결정하고, 끝내는 것도 나 !! 

Finish line 후, 미지의 불안이 아닌 뿌듯함과 성취감!!

그래서 우리는 finisher!! 가 되는 거 같습니다. 


각자 달리는 이유가 틀리겠지만, 

마지막 웃음을 띄울 수 있는 Finisher!!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달리기 안양 BEST 코스

한양 도성길 트레일 런

공주 마라톤 첫 풀코스 1 편_ 낭만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