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첫 풀코스 3편 포기할 수 없었던 완주와 달리는 이유

마라톤 첫 풀코스 3편: 포기할 수 없었던 완주와 달리는 이유

 

 

I. 포기할 수 없는 첫 풀코스

1. 무너진 무릎

하프 이후, 유지해 오던 5분 초반 페이스가 서서히 후반대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28km 지점에서는 왼쪽 무릎에 이상 기운이 느껴졌고, 결국 다음 급수대에서 멈춰 물을 연거푸 들이켰습니다.

‘물이라도 많이 마시면… 잠시 멈추면… 무릎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32km 반환점에 도착했을 때, 무릎은 거의 한계에 와 있었습니다.
오른쪽 무릎은 달리기만 하면 통증이 찌릿하게 올라왔고,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보며,

“다시 뛰어보자!”

다짐했지만 200m도 못 가 멈춰 섰습니다.
뛰다 걷다를 반복했고, 34km에서는 결국 걷기 시작했습니다.

“무릎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는 거야.”
“이대로 걸으면 5시간은 넘겠는데… 동호회 분들 기다리실 텐데…”

그때 멀리서 부상자 수거 버스가 다가오는 게 보였습니다.

“탈까…? 오늘만 달릴 것도 아니고, 무리하지 말라고 선배님들도 그러셨는데…”
“계속 가다가 크게 다치면 한동안 못 뛸 수도 있는데…”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이, 앞서가던 한 분은 이미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저도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첫 풀코스를 포기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이게 트라우마가 되어 다음에도 무서워지지 않을까?”

다치는 것보다, 기다리는 동호회 분들께 미안한 것보다,
첫 풀코스를 포기하는 그 순간이 더 두려웠습니다.

결국 절룩거리며 수거 버스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2. 내 몸에 대한 원망과 동료의 응원

심박수는 110~115.
아무리 뛰려 해도 오른발이 말썽이었고, 그 오른발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39km 지점에 도착했을 때, 마지막 3km는 희망이 아니라
“이걸 30분 안에 가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절룩거리는 동작마저 거의 한계에 와 있었습니다.

그렇게 긴 1km를 버티며 가고 있을 때, 멀리 익숙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설마… 다시 오신 건가?’

바로 하늘님이었습니다.

“정팀이 그렇게 늦을 것 같지 않았는데, 너무 늦길래 부상 있나 해서 와봤지.
힘들면 걸어도 돼. 너무 무리하지 말고!”

너무 감사했고, 또 한편으로는 죄송했습니다.
그 두 마음을 품고 다리를 옮기다 보니 마지막 코너가 보였습니다.
고문님도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4시간 47분.
비틀거리며 첫 풀코스의 피니시 라인을 넘었습니다.

 

II. 달리는 이유

1. 힘겨운 직장 생활

가정을 지키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꼰대 같은 책임감’ 때문에,
직장을 우선순위에 두다 보니 와이프와 사이가 틀어졌던 적도 있었고,

직장에 매몰되어 일이 잘 안 풀리면,
삶 전체가 무너진 것처럼 시들해질 때도 많았습니다.

30대에도 살기 힘들다고 느꼈고,

“40 넘으면 좀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40대의 현실은 오히려 더 가혹했습니다.

“다른 팀장들은 다 내 밑으로 들어오려고 하는데,
넌 손을 내밀어도 안 잡아???
그렇게 한번 해봐!!!”

이직도 어려운 나이.
지금 자리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걸 윗사람은 알고 있었고,
그걸 아는 사람이 무례하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내 목줄을 쥐고 있다는 사실.
그게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2. 하지만 달리기는

달리기는 다릅니다.

싫은 사람과 엮이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고,
내가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결과가 돌아옵니다.

페이스도, 목표도, 전략도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피니시 라인을 넘는 그 성취는,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롯이 나의 성과입니다.

그래서 달리는 거 같습니다. 
달리기만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하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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