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조져라? 조짐 의학의 결말
I. 조급함과 ‘조짐 의학’
130km를 완주하신 의사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아픈 데 있으면 조져라.
5km에서 아프면 10km까지,
10km에서 아프면 20km까지 뛰어라.
그러다 보면 뚝살 배기듯이 괜찮아진다.
저희는 이걸 조짐 의학이라고 해요.”
풀 영상은 아래 참고해 주세요.
달리기 의사가 생각하는 무릎부상
무릎 부상 3주째.
다칠 걸 감안하고 선택했던 풀코스 완주가
이제는 ‘후회 → 조급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자마자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튀어나왔습니다.
“아플 때 겁내지 말고, 한 번 달려보자.”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조용히 안양천으로 나갔습니다.
II. “어? 괜찮은 것 같은데”
제 무릎은 보통 3~5km 구간에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목표 거리를 7km? 10km? 잠깐 고민하다가…
“그래, 그냥 조져보자.”
마음먹고 10km로 맞추었습니다.
3km 조금 넘으니 약하게 증상이 올라오고,
4km 구간에서는 ‘아… 심해지나?’ 싶어서
직진으로 온 게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조짐 의학을 믿고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km쯤 도착하니
통증은 있었지만 더 악화되지는 않았고,
염증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듯
가끔 위에서, 가끔 아래에서 찌릿하는 느낌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달리기 동작이 점점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 정말 조짐 의학 괜찮은 건가?
통증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사라지는 건가?’
그렇게 다친 이후 처음으로
6km~10km 구간을 5분 중반 페이스로 유지했습니다.
III. 희망
달리기 후에도 통증은 있었지만,
10km를 뛰고도 후반 페이스를 유지했던 걸 생각하면
이전보다 무릎이 많이 좋아진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조짐 의학 믿고
통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거리 늘리며 극복해보자.’
그런 희망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냉찜질을 하면서 혼자 속삭였습니다.
“내일 토요 정모는… 20km까지 한 번 조져볼까?”
IV. “그냥 조져버릴려구요”
중앙공원에 도착하니
고문님과 회장님이 먼저 나와 계셨습니다.
“정팀, 다친 데는 괜찮아?”
“조짐 의학이라고 있더라구요.
아픈 거 참고 그냥 조져버리래요.
그래서 오늘… 조져버릴려구요!”
그렇게 출발했고,
중앙공원 한 바퀴를 돌아 육교를 올라 내려오자마자…
‘아… 더 조져버리면 진짜 X되겠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전… 여기까지만 뛸게요…”
아마 고문님, 회장님, 주봉형님, 꼬미노님
다들 너무 황당했을 겁니다.
저도 스스로 너무 황당했고요.
떠나가는 님들의 뒷모습을 보며
애써 눈물을 삼키고
다시 육교를 올라가다가…
못내 아쉬워
님들 방향으로 뛰어 내려가다가…
발병으로
그분들의 사라지는 뒷모습만 애처롭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10리도 못 가고
동네 의원님만 뵙고 왔네요.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