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마라톤 2025 참가 후기
I. 조용조용 대면대면 평중마
1. 세분의 수문장
고문님, 하늘님, 회장님, 세분만 생각하면, 왠지 든든합니다.
신규 회원분들 오시고, 저녁식사 보다는 달리기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평중마지만,
아주 오래전 평중마 전성기때는 운동 후 "짠" 하는 시간으로 너무나도 친하게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마다하지 않으시지만, '혹시 시간 되시는 분들은 같이 저녁 드시고' 딱 거기까지만 말씀하십니다.
2. 기나긴 시간
맞벌이라 혼자 집안일 할 와이프를 생각해 수요정모는 못가고 토요일 아침에만 참석했습니다.
8개월을 그렇게 지내다, 삼막사 계곡 입수 후 어느덧 수요일을 기다리게 되더군요.
그동안 자주 뵈었지만,, 그제서야 개인적인 얘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평중마 회원분들 모두 비슷하신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조용조용 대면대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들 좋은 분, 그렇다고 너무 깊게 쑥 들어오지도 않으시고,,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그런 사이가 되는 거 같습니다.
3. 좋으신 분들이 한분 두분,,,
작년 고구려가 저한테는 첫 마라톤이라 기억이 또렷합니다.
회장님 차로 같이 출발했고, 하늘님이 지각하셔서,, 회장님께서 "아 그냥 갈거야" 하늘님께서,, "다 왔어,,"
도착해서는 하늘님께서 짐 보관 비닐을 구해와 저희한테 비닐 옷을 만들어 주시면서,
"이게 짱이야, 입고 뛰다 급수대에서 버리면 완전 좋지"
미리 완주하신 고문님께서는 차가 잠겨,, 밖에서 추위에 떨어 고생하시고, 동마를 준비했던 마초님께서는 회장님이 이야기 한 대로 32km가 아닌 그 힘든 3km를 더 달려 35km 채워 들어오시고, 꼬미노님은,,,출발 후 얼마되지 않아,,,, 보게 되었는데,, 한가롭게,, 한강 사진을 찍고 계시더군요. ㅋㅋㅋ
그렇게 6명이서 갔던 작년 고구려였는데,, 올해는 식구가 많이 늘어 14분이 참석했습니다.
II. "다같이 5, 4, 3, 2, 1 출발"
1. 깜짝 놀라
알람을 넉넉히 맞추고 잠들었는데,,, 갑자기 눈이 떠 지면서 '어 알람소리 못 들었나?' 깜짝 놀라 핸드폰을 보니 알람 한참전이고,,,, 눈을 감지만,, 잠들수가 없어서,, 그냥 일어납니다.
파웨젤, 크림픽스를 상자체 가방에 넣다, 부피가 커 다시 상자를 뜯고 지퍼팩으로 대체하고,,마음은 자꾸 뭔가 빠진게 없는지 불안불안하면서 옷을 입기 시작합니다.
바지는 운동복만 입을까? 하다,, 운동복 위에 바지를 하나 더 입고, 거실 불을 끄고 어두운 거리로 나오며,, '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는 생각도 잠깐 해 봅니다.
2. 한두분 만나면서
기나긴 외로움을 견디며 도착한 범계역.
한분 두분 만나면서 외로움은 반감되지만 몸은 아직도 덜 깬거 같고, 여전히,,,, 뭔가 계속 걱정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위에 입은 겉옷은 벗고 뛰어야 하나 입고 뛰어야 하나?'
'옷을 보관소에 맡기고 기다리려면 추울텐데,, 달리기 전 괜찮으려나?'
'화장실은 괜찮겠지?'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도착한 자양역,
화려한 복장, 각양각색의 운동화, 특히 테이핑을 멋있게 하신 분들은 보면 왠지,,너무 잘 달릴거 같아 주눅이 들곤 합니다.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린 거 같은데,,
발가락은 점점 감각이 사라지는 데,,,
바로 출발할 거 같은데,,,
지친 마음에 다시 왼쪽 32km A팀 출발 깃발을 보면,, 여전히 그 자리고,,,
한참 지나 하프 A팀이 앞으로 걸어 나가고,,,
youtube 음악을 느린템포,, 빠른템포 한참 고민하다,, 빠른템포에 맞추었다가,, 다시 느린 템포로 맞추면서,
'초반은 천천히 가다,, 몸이 풀리면 그때,, 조금씩 당기자..'
아참,, 스마트워치 누르는 걸 깜빡할 뻔했네....
"5, 4, 3, 2, 1, 출발"
III. 저렇게 날아가면 어떤 기분일까?
1. 내 뒤에는 아무도 없는 듯
애주가가 주최하는 지신제는 지역 마라톤 클럽이 참가하기에 뛰시는 분들 모두 실력이 좋으신 거 같습니다. 회장님께서 사진도 찍고 좀 천천히 달리신다고, 2시간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오셨는데, 대회 후 하신 말씀이,
"우리가 거의 마지막 이던데, 2시간 이후 들어온 사람은 거의 없더라구"
1km는 631페이스로 뛰었고, 3km까지 600페이스, 거의 모든 분들이 절 앞서갔기에, 제가 속한 하프 B조에서 거의 끝자락이지 않았나? 뒤를 보진 못했지만, '이러다 너무 늦는 거 아냐?' 걱정하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옷자락을 바람에 펄럭이면서 날아 오시는 분'들이 보이더군요.
'저렇게 날아 다니면 어떤 기분일까?'
2. 2:00 페이스 메이커를 이끌고 있는 모닝빵님
어느덧 530 페이스가 되었고, 7km 지점 통과시 한참 모여 달리는 러너들 사이 2:00 풍선이 보였습니다. 점점 가까워지니, 페이스 메이커 바로 옆, 평중마 싱글렛이 보였고, 멋진 모습의 모닝빵님이, 2:00 페이스 메이커와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가는 러너들을 이끌고 계시더군요.
'모닝빵님도 이제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페이스에 방해 될까봐,, 화이팅도 외치지 않고,,그냥 지나쳐 갔네요.
3. 여유로운 여름하나니님
한참 날아오시는 분들을 마주보고 달리며 '반환점이 점점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 그렇게 반환점을 통과하고, 반환점 전에 급수대가 분명 가까이 있었는데,,, 그 가까운 거리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뭐라도 먹을 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진짜 먹을게 없고,, 물인지 음료수인지,, 허기에, 두컵으로 대체하고, 잠깐 1분이라도 스트레칭하면 다치지 않는다는 short를 보고, 잠깐 스트레칭 후 다시 달리는 데,,,관성 때문인지,,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듯,, 앞으로 내딛지도 않았는데,, 발이 저절로 앞으로 나가고,,,
그렇게 몸따로 마음따로 가고 있을 무렵, 평중마 싱글렛을 입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웃으며, "화이팅"
얼떨결에, 고개숙여 인사 했네요.. ㅋㅋㅋㅋ
다시 보니 여름하나니님... 이후 저도 "화이팅!!"
4. 선그라스의 브라운 형님
대회 신청할 때는 부상으로 10km도 못 달리는 상태였고, 몇달사이 그나마 괜찮아진 무릎이 되니,,,'대회인데 하프는 너무 약한게 아닌가?' 는 생각이 계속 괴롭혔습니다.
'대신, 마지막 구간은 힘껏 달려보자' 가장 힘들때 몸을 최대로 몰아쳐보자,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달리고 나서도 계속 찜찜할 거 같았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1km !!!!
너덜너덜한 다리를 좀더 올리고, 팔을 뒤로 더 제치고 그냥 막 막 뛰었습니다.
'과연 이 속도로 1km를 유지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가 골인 지점이 아니였던 거야?? 저기 앞까지 가야 하는 거야,, 바로 보일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안보여,,'
'출발했던 통과선이 골인지역이겠지,, 아직 한참 가야 하는데,, 직진했다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는 건가?'
고통이 길어지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거 같습니다. 그 마지막 1km,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골인 지점이 다가올 무렵,, '아니 멀쩡히 달리다,,,,, 왜 다들 속도를 높이는 거야??'
한 100~200미터 남겨 놓고,,,, 저 때문에 그런지, 아님 골인 지점이 바로여서 그런지,, 다들 죽을 힘을 다해 속도를 높이는 거 같고,,,
겨우 골인하는 순간, 홀연히 선글라스의 멋진 님께서 나타나 "어 잘했어요^^"
참 희안한게,, 브라운 형님의 그 말, 한마디가 크게 위안이 되었습니다.
IV. 농본기가 지난 겨울
1. 모닝빵님 사랑채
농본기가 지나, 한가해 진 동네 아재들은, 매서운 바람을 피해 동네 갑부인 모닝빵님 사랑채에 모입니다.
동네 어르신인 고문님께서,, "정팀 빈손으로 가기 뭐하니,, 뭐라도 사서 같이 먹지"
일 끝난 동네 아재들은 한잔하면서,, 수다 타임을 갖고,,,,

한참 봄 농사 준비하느라 쟁기질로 바쁜 주봉형님께서 느닷없이 사랑채 문을 열더니,,,
"나만 왕따인거야? 다들 어디갔나했지?"
"아니 논은 다 갈으셨어요?"
"그냥 가볍게,,, 큰 욕심 안내고 3시간 20분만하고 왔지 뭐,,,"
2. 그리고 세분
모닝빵님께서 사랑채를 닫아,, 회장님과 꼬미노님은 들판에 앉아 세참을 드시고,
하늘님은 일이 늦게 끄나셔서,, 세참 시간도 혼자 하셨습니다.
그렇게, 동마대비 모내기 준비를 다들 잘 마치셨습니다.
V. 한번 들어서면 빠꾸하기 힘든 마라톤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나이가 있다보니, 핑계임을 너무 잘 알기에,,, 뭐 딱히,, 본인한테 위안이 되지 않는 변명입니다.
짧은 거리로 시작했던 괴로운 달리기가, 끝낸 후 뿌듯함으로 다가오고,
건강으로 시작했던 달리기가, 이제 건강보다, 괴로웠던, 복잡했던, 우울했던 마음이 누그러지는 걸 알게 되어, 계속하게 되고,
어쩌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달린다구?'
'다음에는 나도,,, 좀 더 잘 달려보고 싶다' 는 욕심이 생깁니다.
"지금보다 좀 더 먼 거리를"
"지금보다 좀 더 빠르게"
이렇게, 달리기에서 대회에 한번 참가해 보면, 빠구하기 힘든게 마라톤인 거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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