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는 야근 _ 잃어버린 것들과 뒤늦은 깨달음



공단을 지나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회사가 많은데, 나도 취직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꼬여 있을까' 그 절실함 하나로 들어간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그렇게 20년의 직장 생활이 지나고, 떠나서야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I. 정시 퇴근의 불이익

1) 영업팀에서 배운 눈치의 공식

팀장 성향에 따라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밤 8시 넘어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가볼게요.”라고 하면 따뜻한 응답이 돌아왔지만, 6시에 나서면 낮은 톤의 짧은 대답이 전부였죠.

다음 날이면 말도 안 되는 질문과 불필요한 자료 보고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몸은 퇴근했지만 마음은 퇴근하지 못한 날들이었습니다.

2) 연구소의 또 다른 세상

늦게 출근해 자정이 다 되어 퇴근하는 연구소장. 9시에 퇴근하면 “요즘 일 안 하냐”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11시까지 남아야 “그래 가”는 말 한마디를 들었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야근’이 열심의 기준이 아니라, 관성의 증거였다는 걸.


II. 야근으로 잃어버린 것들

1) 퇴근 후의 삶

매일 2~3시간, 그 짧은 시간에 할 수 있었던 일들:

  • 가족과의 저녁 식사
  • 헬스·러닝 등 나를 위한 투자
  • 친구와의 대화, 감정 회복
  • 새로운 길을 위한 공부와 준비

2) 정신 건강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눈치를 보며 남아 있는 시간. 자괴감만 쌓이고, 스스로가 초라해졌습니다.

3) 꼰대로 변해가는 나

1~2년이 지나자 일찍 퇴근하는 후배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팀장터럼, 저도 윗사람의 잣대를 들이대며, 그 싫어하던 사람을 그대로 닮아가는 모습에 끔찍해 했습니다. 


III. 50에 다시 돌아보며

1) 그까짓 불이익

가족과 나의 삶은 평생이지만, 회사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세.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는 곳에서 눈치 보며 허비한 시간에 비하면, 진급 누락이나 불이익은 그저 그까짓 것이었습니다.

2) 손절의 용기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가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손절 말고 답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처음으로 번호를 지우고 관계를 끊었을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50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린 꼰대들은 남의 시간을 함부로 쓰던 무례함이었습니다. 직장을 떠나면 다시 볼 일도 없는 사람들.

3) 단호함이 필요한 순간

회사에 오래 있다 보면 그곳이 전부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나올 수도, 그들이 먼저 떠날 수도 있습니다.

볼 일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비위를 맞추며 내 시간을 버리는 일은, 결국 나에게 무책임한 일입니다.

결론. 그까짓 미움, 그까짓 불이익. 내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호한 마음으로, 퇴근 후의 삶을 되찾으세요. 저처럼, 지나서 후회하지 말고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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