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회의 스트레스, 우리가 놓친 진짜 이유

 

 

20년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가장 바보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토요일부터 출근 생각으로 불안해하며 주말을 낭비했던 것입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했던 걸까요?

월요일 주간 회의

금요일 퇴근 후 주말 기분을 만끽하고 토요일 낮에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밤이 되면 문득문득 ‘월요일 주간 회의’가 머리를 스칩니다.

토요일 늦은 밤 TV는 어느새 ‘나는 자연인이다’에 맞추어져 있고, 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주간회의' 생각으로 얼굴이 굳어집니다.

몸은 5일 출근하지만, 스트레스로 주 6일 근무한지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제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월요일 출근합니다.

뭐가 그렇게 두려웠던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주간 회의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런 말들이었습니다.

  • “왜 일이 진척되지 않지?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거야?"
  • “이번 달 매출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그 말들이 왜 그렇게 두려웠을까요?

  • 취업·이직 준비하며 겪었던, 그 힘든 시간들이 다시 올까 봐 두려웠던 걸까요?
  •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내 자존심 때문일까요?
  • 어찌할 줄 몰라하는 내 모습을 바라볼 주변 시선이 두려웠던 걸까요?
  • 상황 뻔히 알면서도 막말을 내뱉는 윗사람의 불합리함에 한마디도 못하는 내 비굴함 때문일까요?

회의가 두려웠던 진짜 이유

두려웠던 건 회의 자체가 아닌, 싫어했던 윗사람이 생각 없이 내뱉는 말, 그 말 속에 담긴 나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직장인 모두 알지만, 잊고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이 직장이 평생 갈 것처럼, 싫어하는 그 사람도 계속 같이 있을 것처럼, 그 사람의 한마디가 내 삶을 크게 좌우할 것처럼 느끼는 착각입니다.

그 착각 속에서 지금 직장이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내버려두고, 그 사람 한마디에 내 하루가 무너지는 일이 반복됩니다. 내 하루가 무너질 정도였으니, 그 회의가 토요일 저녁부터 두려웠던 거죠.

잊지 말아야 할 것

지금 돌아보면 웃음만 나옵니다. “왜 그 같잖은 인간 말에 그렇게 휘둘렸을까?”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내 삶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었는데, 그때는 그걸 모르고 그 사람 한마디에 기분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도 회사와 1:1 계약한 직원, 나 역시 회사와 계약한 한 명의 직원일 뿐. 우리는 아무런 계약 관계도 아닌데, 왜 그 사람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걸까요?

착한 사람, 괜찮은 사람과의 관계도 신경쓰기 바쁜데, 못 된 사람과의 관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며 왜 그렇게 나의 시간을 낭비했는지 후회됩니다.

그 사람을 다시 평가해 보면

실무자가 일을 하다 벽을 만나면 “이게 뭐야?”가 아니라 “어디에서 막히는지 파악하고 해결해 주는 것.” 그게 리더의 역할입니다.

저처럼 윗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도 됩니다. “이 사람 리더로서 많이 부족하구나…”

우린 직원이지, 사장이 아닙니다

‘이번 개발은 딜레이 될 것 같은데 어떡하지…’ ‘이번 달 매출은 못 채울 것 같은데 어떡하지…’ ‘회사에 뭐라고 보고하지…’

일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 부담과 중압감은 우리가 아닌 사장의 몫입니다. 회사가 잘 돼도 급여 조금 오르는 게 전부이고, 어차피 40 중반이면 대부분 등 떠밀려 나가게 됩니다.

일은 하되, 사장이 할 고민까지 떠안으며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습니다. 근로자로서 맡은 바 책임 만큼만 고민하고 실행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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