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후회하지 말자 _ 외부에서 온 임원
I. 새로 영입된 고액 연봉의 임원
20년 가까이 근무한 회사.
어려웠던 시기에 매입 대금 지급 일만 도래하면 독촉 전화를 감내해야 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 회사가 안정화되고, 이제는 이것저것 신 사업을 검토하기도 한다.
이 즈음에 한 가지 바뀐 게 있다.
대기업에서 높은 직급 혹은 간부였던 분들이 회사에 임원으로 오게 되었다.
서식이 바뀌고, 없던 업무도 늘어나고, 회의도 많아졌다.
사장님과 바로 했던 회의가, 어떻게 사장님과 회의할 지? A임원과 사전 회의만 몇 번 더 하게 되었다.
실무로 바쁜데,, A임원이 이야기 한대로 회의 자료를 수정한다.
그리고 사장님과의 회의
"아니 방향을 왜 이렇게 잡았어요, 이 방향으로 수정해서 다시 보고해 주세요"
'내가 잡았던 방향이 맞았는데,,,'
그 찰나, A임원의 임기응변!!
"00부장이 미처 그 방향으로 생각을 못한 거 같네요. 수정 후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뭐지? 이게 대기업 임원의 실력이라는 건가?'
그때부터 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II. 기다림!!
개인 보고 때마다 설명했던 내용을 또 반복한다.
'내가 왜 이 고액 연봉자한테 했던 얘기를 매번 해야 하는지?'
무언가 제안하면,,, "그럼 00부장이 생각한 걸 제안서로 정리해서 보고해 봐요"
'어제도 실무로 새벽 1시까지 일했는데,,, 보고서??? 아놔!!'
무언가 좋은 아이디어를 이야기 하면,,, 바로 자기 생각인냥 사장실로 들어간다.
책임지고 진행해야 하는 일은, 교묘하게 뒤로 물러서고, 어느덧 그 총대를 내가 메고 있다.
같이 일하면서 느끼는 실망감은 사장도, 다른 조직도 모른다.
밥 잘 사주고(물론 법인카드다), 직원들한테 위엄으로 다가가고, 대기업 임원이었던 후광은 아직까지 중소기업 직원들한테는 미지의 영역이다.
같이 실무하기 전까지는 '무언가 대단한 게 있을 거란' 생각에, 다들 A임원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다.
나 또한 근 30년 직장 생활을 해 오고 있다. 내가 A임원과의 일을 얘기해도 지금은 A임원 험담하는 사람으로 비쳐질 뿐이다. 지금은 기다릴 때다.
그리고, 8개월 후,
여기저기서 나한테 이야기 한다.
"아니 진짜 A임원 왜 그러는 거에요? 설명했던 내용 또 설명해야 하고, 뭔놈의 고집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어요?"
그렇게 A임원은 여러 조직에서 불통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III. 뒷방 늙은이의 착각
대기업 임원이라고 하지만, 중간에 나왔다는 이야기는, 그 조직에서 실권이 사라지고,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들거나, 유행에서 뒤처진 사람이다.
또한, 실무를 놓은 지 한참 되었고, 밑에 수족이 있어야 일 진행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는 거 같다.
'내가 말이야,,00기업에서 내 밑으로 몇 명이 있었는지 알아? 20명 조직이야 뭐,,, 껌도 아니지'
하지만, 중소기업 20명 회사와 대기업은 구성원부터 조직 성격까지 확연히 다르다.
면접
죽 늘어선 대기 열에 5명이서 눈치 보며 당락을 예상했던 대면 면접은, '오늘 면접자 5명 온다더니, 1명밖에 오지 않았네' 준수한 스펙의 서류도 없을 뿐더러, 몇 명 추려 연락하면 면접 일에 오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물론 면접만으로 우수한 인재 여부를 판단할 수 없지만,,, 지원자 자체가 많지 않기에 지금 있는, 한 직원 한 직원이 소중하다.
대기업처럼 그 때 그 때 필요한 인력을 바로 구할 수 없다.
충성도
간단하다. 대기업에 근무하면 회사에 대한 자긍심도 있고, 지금 보다 더 좋은 직장도 없다. 그냥 여기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그 어떤 지시에도 "직진"이다.
중소기업? 항상 다른 선택권을 고려하고, 이력서 관리도 잘 해야 한다. 최소 1년은 버텨야 하고, 3년 채우고 이직 하면 더 높은 연봉으로 갈 수 있다. 지시가 부당하다 생각하면 '내가 왜???'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최선을 다했던 나의 수족은 지금 하는 일도 있는데 "내가 왜?"
수 많은 지원 부서와 개인역량
직접 와보니, 영업 사원이 사무실에서는 상품 계획과 PT를 만들고, 업체에서 발표하고, 제품 문제가 터지면, 내부 엔지니어 미팅 외부 complain 미팅을 주도한다.
관리부는 계약서 검토부터, 수금, 매출, 인사, 간간히 요청되는 몇 년도 숫자 자료, 회계까지,,, 1인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 본인이 할 수 있는 업무는 없고, 자기 사무실에서 현업으로 바쁜 실무 부서에 지시만 하고 있는 A임원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뒷방 늙은이처럼 보인다.
투자도 기다림도 없는 중소기업
많은 돈을 투자하고 기다리는 대기업과는 다르게, 인원 투자조차 빠듯한 중소기업은 '그래서 매출은 언제 가능할까요?'
본인은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게 중소기업의 현실이고, 본인이 아닌 이렇게 요청하는 사장이 잘못 되었다고만 생각한다.
IV. 사장은 왜 그런걸까?
같이 힘든 시기를 겪어온 일등 공신을 제외하고, 그들 보다 더 많은 돈을 주면서까지 외부 임원을 영업하는 심보는 뭘까?
'너희는 원래 그랬으니까,,, 지금처럼 그냥 해'
'나이 들어서 어디 갈 때도 없잖아'
그렇게 힘든 시기를 같이 극복할 때는 뭐라도 큰 걸 줄 것처럼 이야기 했는데,,,본인 사정 좋아졌다고 입장이 바뀐 걸까?
그 1인 다역 하던 기존 영업 이사가 그만 둔다고 할 때, 사장이
"앞으로 이것저것 챙겨 줄 테니 그냥 다녀라"
"그럼 계약서 쓰시죠"
"그건 그렇고,,,"
"저도 됐습니다"
V. 1년 후 A임원
한달 전 퇴사가 결정되고,
"법인카드는 퇴사일에 반납하도록 하겠네"
진정한 승자인 거 같기도 하고,,,
직장 생활을 이렇게 해야 되는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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