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100km 도전 26일전 _ 50km LSD


50km 코스 소개  

100km 울트라 대회 전 50km LSD를 했습니다. 

습도 80%, 온도 29도, 햇빛이 내리 쬐고, 언덕길이 있습니다. 

100km 울트라 대회는 9월 27일 토요일 오후 5시. 

그 때는 온도도, 습도도 지금보다 좋고, 밤에 뛰는 거라 햇빛 또한 없고, 언덕길이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해, 

이번 LSD는 비록 50km지만 70~80km 거리와 유사하다고 합니다.   


시작은 안양천 쌍개울 근처 


학의 천을 지나 백운호수에 도착하면 대략 6.5km 아직까지 자신감 뿜뿜입니다.


롯데아울렛을 끼고 백운호수를 크게 돌고나면 10km가 채워집니다. 약간 언덕길이 있습니다. 벌써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정말 50km를 갈 수 있나?'  


안양판교로를 거쳐 도깨비 도로에서, 하오개로라는 고갯길로 접어 듭니다.
고갯길 최고 고도는 235미터, 고지에 도착 후(고갯길은 아무 생각 없습니다. 언제 끝나려나???)
길게 내려가다 보면, 운종동에 도착합니다. 여기까지가 18km.
적어도 25km는 넘었을 거 같은데,,, 워치를 보니 '고작 18km, 아 놔,,,,그냥 버스타고 갈까'   


다시 고갯길을 오르고 안양판교로를 거쳐 청계사 방향으로 꺽어, 완만한 길을 올라갑니다.
청계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31km '다리가 이제 너무 무거운데,,'  


청계사에서 다시 백운호수로 향합니다. 도착하면 대략 35km 정도. 이제 지나칠 정도로 키로수가 올라가지 않는 느낌입니다.   


백운 호수를 크게 한 바퀴 돌고, 호수 안 산책길로 2번 돌고나니 43km, 발이 끌리고, 오른쪽 장단지에 쥐가 날 거 같기도 하고, 주저 앉아 급수도 하고,,, 뛰다 걷기도 하고, 길을 째려보기도 하고, 


이제 학의천을 따라 집에 가는 길입니다. 수 많은 러너들이 절 지나쳐 갑니다. 자꾸 1부터 100까지 숫자를 세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세지 말아야지 하는데,,, 또 100을 세고 있고,, 
그렇게 50km를 스마트워치에서 확인 후 바로 종료!!

  


숙제

회장님께서 관악산 둘레길 코스를 도와주신다 해서 기다리다,,, 일정이 변경되고, 

꼬미노님이 4시간 같이 뛰어준다고 하셨는데,,, 날짜가 잘 맞지 않고, 

지난 주 수요 정모때, 이런저런 변명을 하니, 고문님도 하늘님도 


"혼자라도 가야지, 100km 가기 전 50km 정도는 뛰어야 해, 안 그러면 힘들어" 

"관악산 둘레길은 길도 모르고, 날파리들이 많을 거 같아, [대림삼촌_고문님께서 최초 달리신 코스라해서, 대림삼촌 코스라 합니다]코스로 갔다올게요" 


얼마 전 달리기를 시작한 둘째한테!! 

"아빠 내일 50km 뛰고 올거야"

"왜???" 

"울트라 대회 한 달도 남지 않아서,," 

"50km 꼭 뛰어, 포기하지 말고"  

공부한다고 말만 하고 게임만 하는 둘째라서, 아빠도 말만 하고 포기하면, 나중에 혹시나,,,"아빠도 말만 하고 지키지 않잖아"  

그럴까봐,, 50km를 반드시 뛰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뛰기로 한 아침, 비가 엄청 오더군요. '이 비에는 못 뛰지' 은근 미루려는 마음이,, 

10시 조금 넘어, 비가 그치고, 와이프도 얼렁 나가라고 밥을 차려 주더군요. 

무섭게 흐르는 학의천 황토색 물을 옆으로, 50km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운종동 도착까지  

백운호수에 도착하니, 그 많던 구름이 사라지고, 해가 얼굴에 떨어지고, 그늘을 지날 때와 천지차이였습니다. 

백운호수를 크게 돌고나니 땀으로 바지까지 젖고, 이 때 잠깐 '이 상태로 진짜 50km 갈 수 있으려나?' 

횡단 보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그냥 집에 가도 되지 않을까? 조금 날씨가 좋을 때 다시 하면 되지 않을까?' 


안양판교로를 올라가면서, 폭우로 맑아진 옆 하천에 수십 번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시끄러운 차 소리를 한참 들은 후에야 운종동 고갯길에 들어섰습니다.  

'어 벌써 고지네' 400미터가 넘는 삼막사 철탑 코스가 도움이 되었던 거 같습니다. 

고지에서 반대로 내려가는 길은, 올라 온 길보다, 훠~~ㄹ 씬 길고, 운종동에 도착하자마자 편의점부터 찾았습니다. 

갖고 온 물 두 병은 한참 전에 바닥난 상태고, 파웨에이드 1병 밀키스 1병을 바로 마시고, 

기대에 차서 워치를 보니,,, 고작 18km. 

힘겨운 발을 다시 옮기고, 고갯길로 다시 접어드는데, 버스를 계속 쳐다보게 되더군요. 


청계사를 가야돼? 말아야 돼?

밀키스 덕분인지? 파웨에이드 덕분인지? 잠깐 쉬어서 그런지?

버스를 볼때만 그렇게 힘들었는데, 고갯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몸이 가벼워졌고, 하얀 다리(고갯길 꼭대기)까지 제법 가뿐히 올라갔습니다. 

'어??? 괜찮네, 100km 완주 할 수 있겠는데,,, 오르막이 이렇게 가쁜하다구??'

장거리 달리기는 이 때 조심해야 하는 거 같습니다. 

안양판교로, 시끄러운 차 소리와 땡볕을 직사로 맞으니 다리가 다시 무거워지고, 

'아,, 그냥 청계사 가지 말고 백운호수로 바로 갈까?' 


키로수는 점점 더디게 올라가고, 청계사를 들르지 않으면 40km 채우기도 빠듯할 거 같았습니다. 

'가자,,' 이왕 온 거 고문님한테 꼭,,,, 대림삼촌 코스 완주했다는 이야기도 하고,,, 

분명 집에 도착하면 "50km 했어?" 물어볼 둘째!! 


청계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31km인가?? 징그럽게 올라가지 않는 숫자더군요. 

음악은 한참 전에 끈 상태고, 이제 땀으로 젖은 옷은 조금씩 말라갔고, 운종동에서 챙겨온 파웨에이드 2개도 거의 바닦!!

시원한 콜라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백운호수 도착하면 꼭 사먹자!!'

백운호수 도착까지는 이 콜라가 저를 이끌었습니다. 


주저 앉아 한참 고민하다   

콜라를 하나 사고, 그냥 바닥에 앉았습니다. 누가 처다보던 말던,,, 의자가 있건 없건,,, 

37km인가 되었던 거 같고, 학의천 집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기 전, 여기서 어떻게든 44km까지는 만들어야 했습니다.


'백운호수 크게 한바퀴 돌고, 산책로로 두 번 정도 돌면 될텐데,,' 

'뭐 대림삼촌 코스는 마무리 했잖아, 언덕도 올랐는데 꼭 50km를 채워야 하나?'

'아,, 둘째가 분명 물어볼텐데,,,' 


크게 백운 호수 한 바퀴 돌고, 

또 주저앉아 쉬다가 '그래 작게 한바퀴만 돌자' 

이 때부터는 1km 뛰고 조금 걷고, 다시 뛰고, 다시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서 한참을 주저 앉아있다가, 

마지막 한 바퀴를 끝냈습니다. 43.7km 


집으로 향하는 길    

학의천을 통해 집으로 향하는 길 

10시 40분부터 뛰기 시작했는데, 벌써 오후 5시 30분!! 

마지막!! 희망이 보이긴 했지만, 다리는 무거웠고, 간간히 오른쪽 장단지에 이상한 쥐가 날 거 같은 느낌이 났습니다.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싶은데,,,, 계속 속으로 1부터 100까지 세고, 

'세지 말아야지, 이렇게 힘들 때 무언가 무상무념으로 좋은 생각이 나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또 1부터 100까지 숫자만 세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마트 워치에 50km가 찍히는 순간 STOP!! 


'해냈다!!'는 생각보다, 

수요 정모때, 같이 계신 분들한테도 이야기 했고, 

와이프한테도, 무서운 둘째한테도 배수진을 치고, 

'약속을 지켰다!!' 

 

왠 걸, 집에 들어가니 와이프가 바로 묻더군요. 

그리고 둘째도, "뛰었어??? 50km??" 


대회전까지 LSD는 이걸로 마무리 하고, 이제 삼박사 철탑 코스만 몇 번 더 왕복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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