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다닌 회사를 그만 둔 이유
45살에 11년 다닌 회사를 그만 둔 이유에 대해 말씀 드려볼까 합니다.
30대에는 와이프한테 회사 힘든 일도 가끔 얘기 했는데,,,40 중반되니 걱정할까봐 얘기도 못하겠더군요.
혼자 시름 시름 3개월 앓다 보니, 얼굴에도 행동에도 티가 많이 났던 거 같습니다.
참다 못한 와이프가 그만 두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사람 살겠냐고, 대신 생활은 해야하니, 작더라도 월급은 갖고 와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당장 그만 두지는 않았지만, 위로가 되더군요
당장 얼마라도 주는 데라면 무조건 그만 둘 생각이었고, 불안하지만 시작하는 회사에 합류할 기회가 생겨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년까지 가고 싶었던 회사였습니다
20여명의 소기업을 두 번 거쳐 스카웃 비슷하게 같은 아이템으로 지금 회사에 이직 했고, 300명 가량의 상장사였습니다.
큰 회사로 이직했다는 뿌듯함도 있었고, 사장님도 좋으셨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한다는 만족감과 회사 분위기도 좋아 정년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그만 두고도 싶었지만, 으레 직장인이 갖는 그런 수준 이었습니다.
하지만, 40대가 되면서 점점 힘들어졌고,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는 이유는 딱히 한 두개가 아닌 여러가지 이유가 겹쳐지는 거 같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점점 낮아지는 급여였습니다. 물론 평균 대비
34살에 이직했을 때 평균 급여는 상위 70~80%였는데, 11년 후 45살에 받은 월급은 같은 나이 때, 비교 50%까지 떨어졌습니다.
가끔 허물없이 만나는 친구들한테도, 창피한 마음에 급여 얘기를 못했습니다.
회사 일이 힘들거나 스트레스로 어쩔 줄 모를 때면,
'이 월급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런 회사를 다녀야 하나?'
종종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일에 너무 매몰되었던 거 같습니다
몇 번의 구조조정이 있었는데, 두 번째 구조조정 때 팀이 없어지고, 같이 했던 팀원들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2년 후 세 번째 구조조정으로, 이전과 동일 시스템으로 돌아가면서 예전 팀원들이 모여, 그 팀을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년동안 아이템 매출은 반 토막 났고, 실력 있는 친구들 몇몇은 회사를 떠났습니다.
매출을 회복하고, 실력자가 없는 팀을 어떻게든 잘 꾸려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아무 일이 없어도 7시 전 출근해, 저녁 8시가 지나야 퇴근했습니다.
어느 날은 스트레스로 잠자다 깨어, 새벽 3시에 출근해 모니터만 노려본 날도 있습니다.
그 때가 43살이었던 거 같습니다.
매출이 조금 오르면, 모든 게 다 좋게 느껴지고, 매출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기분은 바닥을 치고, 조울증 환자처럼 감정 기복이 심했습니다.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그 우울감이 너무 괴롭더군요.
세 번째 이유는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상사와의 갈등입니다
그 상사라는 분이 8년 넘게 모시던 팀장이었고, 그 분이 본부장이 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구조조정 때, 같이 영업과 마케팅을 했던 아이템 성과를 인정받아, 팀장은 본부장이 되었고,
구조조정으로 아이템 영업이 아닌, 지역 영업으로 체계가 바뀌면서 일했던 팀이 없어졌습니다.
팀 2인자였던 전, 팀장이 본부장이 되면서 팀을 맡게 될 줄 알았는데, 팀이 없어지면서 이도 저도 아닌 유럽 영업 사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세 번째 구조조정 때, 다시 이전 체제로 복귀하면서 예전 팀의 팀장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팀장이었던, 지금은 본부장인 분과의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팀장들은 본부장 지시 사항에 "네 알겠습니다" 로 시작했지만, 전 아닌 건 아니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회의 때 제 차례만 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각을 세워 질문했고,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원론적인 질문으로 공격 하더군요.
주간 회의 전 갖가지 질문 공세에 대비했고, 주말에도 회의 생각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적당히 아부하고 숙이면, 괜찮겠지만 이게 안되더군요.
그렇게 힘든 무언의 싸움을 하다 보니, 회사 가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네 번째는 상사도 힘들지만, 밑에 있는 직원도 쉽지 않더군요
상사와의 갈등은 내가 굴복하는냐 마느냐? 즉 어떻게 할지 결정권은 저한테 있는 거 같은데,
후배와의 관계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저한테 잘 해 주었던 후배고, 저 또한 많이 의지했던 바로 아래 직원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구지 가지 않아도 되는 출장을 가고, 점점 마음대로 하더군요.
팀장으로서 뭐라 해야 하는 데, 관계 때문에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 친구는, 점점 도가 지나쳤고, 그럴 때마다 속으로 참았습니다.
한 번은, 그만 둘 것도 아니면서, 그만 둔다는 으름장을 넣으면서 절 길들이더군요.
나중에야 그게, Fake인지 알았고, 이후부터 이 친구에 대한 정이 떨어졌습니다.
상사도 아닌 후배인데도, 그 친구와 이야기 하는 게,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직책이 있으면 관계보다 일 적으로 할 말은 했어야 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하나의 스트레스였고,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이유인데,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3년간 개발한 신제품이 마지막 품질을 잡지 못해, 개발 실패로 귀결되었고,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이미 중국에서 동일 품질에 저가로 판매되고 있어서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신제품이 나와야 다음 시장이 보이는 데,,,,
회사 내에서 4번째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는 말도 돌고, 신제품 개발했던 개발 팀도 그만 두고,
당분간 버틸 수는 있겠지만, 결국 5년 안에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게 보였습니다.
가망 없는 사업부에 있을 저를 생각하니, 미래가 보이지 않고 불안했습니다.
지금 나이도 늦지만 5년 후 없어질 사업부를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가중되더군요.
34살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열심히 하면 회사 임원도 되고, 월급도 높아지고, 풍족하진 않지만 정년 퇴임 후 그럭저럭 살겠지'
란 생각이었는데,
45살에 남은 건,
힘겹게 지키고 있는 자존심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현실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열심히"만으로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늦은 나이에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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