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힘들어서 시작한 달리기 (중년의 달리기 시작)
사람들 대부분
달리기를 멋진 이유로 시작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체력이 좋아지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마라톤을 뛰고 싶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이대로는 버티기 힘들겠다는 느낌이 먼저였습니다.
하루 이틀이면 떨어지던 감기가
한 달이 지나도 낫지 않았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1. 잦은 해외 출장
30대 초반,
회사 일로 1년에 150일이 넘게 해외 출장을 다녔습니다.
소기업이었고
연차라는 개념도 희미했습니다.
출장에서 돌아오면
다음 날 바로 출근이었습니다.
그렇게 2년 반이 지났을 무렵,
출장 복귀만 하면 몸살 기운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부장님, 저 병원 가서 링거 맞고 올게요.”
출장 → 링거 → 출근.
그게 루틴이 되었습니다.
2. 이상해진 몸
해외로 보낼 물건을 포장하느라
종이박스를 정신없이 테이핑하다 보면,
박스에 스쳤던 팔 주변이
금세 붉게 올라오곤 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몸이 갈 데까지 갔구나.
3. 헬스 등록해도 될까?
결혼 후
돈 주고 무언가를 꾸준히 해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딱 두 번이었습니다.
하나는 영어 회화 학원.
아침 수업이었고, 세 번쯤 나갔습니다.
다른 하나는 권투 도장.
저녁 수업이었고, 여섯 번 정도 갔습니다.
그마저도
와이프가 둘째를 임신한 지
7개월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와이프에게 물었습니다.
“나 헬스 등록해도 될까?”
와이프는 단호했습니다.
“너한테 이제 돈 투자 안 해.
지금까지 네가 한 거 생각해봐.
왜? 또 3~4일 가고 말려고?”
잠시,
아주 잠시 침묵이 흘렀고
와이프가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럼 애들 학교 운동장이라도
3개월만 뛰어봐.
3개월 뛰면 그때 등록해 줄게.”
죄 지은 게 많았던 저는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4. 하필이면 겨울
새벽에 눈을 떠
깜깜한 창밖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집도 이렇게 추운데…
나가야 하나?
이번에도 나가다 말면
정말 실속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았습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장갑을 끼고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어르신 몇 분이
깜깜한 운동장을 따라 걷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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