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AI 특이점보다 먼저 오는 것 ― 내 가치의 유통기한
이 글은 그 불안의 이름을 붙이고, 3가지만 점검해보려는 기록입니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
이 질문은 거대하다. 그리고 조금은 공허하다.
내가 더 궁금한 건 현실적인 생존이다.
내 월급은 버틸 수 있을까.
내 단가는 지켜질 수 있을까.
나는 실직보다
‘나의 가치가 서서히 내려가는 것’이 더 무섭다.
직업이 사라지는 건 뉴스가 된다.
하지만 월급이 깎이는 건 기사도 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아무 일 없다는 듯 내려간다.
그리고 그 침묵은
내 생활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어쩌면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직 그 자체가 아니라
내 가치의 유통기한인지도 모른다.
I.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질문
세상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추월한다고들 난리다.
하지만 현장에서 더 자주 목격하는 일은
‘가격의 재조정’이다.
같은 일을 한다.
같은 시간을 쓴다.
그런데 내 몫이 줄어든다.
그건 단순한 조정이 아니다.
생활의 균열이다.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에 영생을 말하지만,
내 통장 잔고는 이미 여러 번 소멸 직전까지 갔다.
인류의 진화도 좋다.
그런데 일단 이번 달 가스비부터 진화시켜야 한다.
웃기지만,
웃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II. 평균과 경쟁하게 되는 순간
AI는 평균을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빠르고, 저렴하고, 꽤 괜찮은 결과물.
문제는 내가
그 ‘무료에 가까운 평균’과 경쟁하게 된다는 점이다.
평균과 경쟁하는 순간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다.
선택지는 비교된다.
비교되는 순간, 가격은 깎인다.
내가 사라지지 않아도
내 단가는 먼저 사라질 수 있다.
III. “공부하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사람들은 말한다.
AI를 공부하고 새 기술을 익히라고.
나는 이미 20년을 현장에서 깨지며 배웠다.
그런데 또 공부라니.
산불이 나서 집 앞까지 불길이 번졌는데
옆에서 이렇게 말하는 느낌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당장 불을 끌 양동이 하나다.
불안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다.
거대하게 재편되는 구조 때문이다.
내가 두려운 건 AI가 아니라,
그 속에서 재편될 내 가치다.
IV. 그래서 나는 ‘3가지만’ 점검하기로 했다
거창한 계획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아주 단순하게 스스로에게 묻기로 했다.
1. 내 일이 ‘평균’인가?
설명서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교체 업무는 평균이다.
이런 일의 단가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기계의 미세한 소리만 듣고
“축이 살짝 틀어졌네”라고 감각으로 찾아내는 일은 평균이 아니다.
내가 평균에 머무는 순간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언제든 교체 가능한 옵션이 된다.
2. 내 일에 ‘책임’이 붙어 있는가?
AI는 똑똑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고장 원인을 나열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안 되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 사람의 영역이다.
고객은 결과 그 자체보다
그 확신과 책임에 돈을 지불한다.
책임이 붙는 순간,
내 가치는 쉽게 할인되지 않는다.
3. 나는 경험을 ‘상품’으로 만들었는가?
경험은 그냥 쌓이면 추억이다.
정리하면 자산이 된다.
체크리스트.
실패 데이터.
현장 매뉴얼.
해결하고 끝내면 노동이다.
남기면 구조다.
내가 자리를 비워도
내 노하우가 돌아가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 가치의 유통기한을 늦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내 가치가 먼저 사라지지 않도록.
오늘의 자리를 지키는 구조부터 점검해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