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AI는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말하는데, 왜 해고는 계속되는가




AI 시대 생존 에세이 · 4편

AI는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말한다. 그런데 왜 해고는 계속되는가.
낙관론이 불안한 이유를, 유발 하라리의 문장에서 찾았다.

유발 하라리 — 호모 데우스
AI 부상과 생명공학이 결합되면 인류는 소규모의 슈퍼휴먼과 쓸모없는 호모 사피엔스 대중의 하위 계층으로 양분될 수 있다. 대중이 경제적 중요성과 정치적 힘을 잃으면서 국가는 이들의 건강과 교육, 복지에 투자할 동기를 잃을 수 있다.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그럴 경우 대중의 미래는 소수 엘리트의 선의에 좌우될 것이다.
Yuval Noah Harari · Homo Deus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나는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됐다.

내가 왜 낙관론자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불안했는지.
I
그들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섭다

AI를 선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원래부터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돈이 사라지고, 모두가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세상이 온다."

머스크, 커즈와일, 빌 게이츠.
그들의 말은 근거 없는 공상이 아니다. 기술은 실제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위로가 아니라 불안을 느꼈을까.

한동안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하라리의 문장을 읽고 나서 알게 됐다.

그들이 말하는 건 기술의 방향이다.
하지만 기술이 만든 세상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정치의 문제다. 그리고 정치는 — 언제나 권력과 함께 움직인다.
II
낙관론자들이 어두운 그림을 말하지 않는 이유

예전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그들은 희망적인 이야기만 할까.
왜 반대편의 어두운 그림은 경고하지 않을까.

지금은 안다.

그들도 그냥 사람이다. 자신이 바라보는 것을 말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부자다.

어두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더라도
그들은 슈퍼휴먼 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걱정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걱정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거다.

일반 대중은 그 말을 듣고 밝은 면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한켠에서는 걱정하지만, 하루하루 출근이 바쁘니 또 잊어버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III
기술은 미래를 말하고, 자본은 현재를 계산한다

그사이 기업은 움직인다.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말하는 사람이 수천 명을 해고한다.

처음엔 위선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건 위선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기업은 미래 시제가 아니라 현재 시제로 움직인다.

이번 분기 실적,

주가,

현금 흐름,

비용 구조.

상장 기업의 CEO는 개인의 철학보다 주주 가치에 묶여 있다.
해고를 하지 않으면 주가가 떨어지고, 회사 생존이 흔들린다.

개인의 낙관론은 시스템을 이기지 못한다.

기술은 미래를 말한다.
자본은 현재를 계산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월급을 받는 우리는 계산의 대상이 된다.

기술은 화성에 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이번 달 카드값을 계산하고 있다.

IV
우리는 이미 그 과정 안에 있다

3편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공룡은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몰랐다.

직업을 잃는 건 사건이다. 눈에 보이고, 뉴스에 나온다.
하지만 내 가치가 떨어지는 건 과정이다. 조용하고, 천천히 진행된다.

AI는 평균을 빠르고 싸게 만든다.
기업은 그 평균을 활용해 비용을 낮춘다.
그 사이에서 내 전문성의 가격은 조금씩 압박을 받는다.

직업은 남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단가가 내려가면 생활은 무너진다.

그리고 이 변화는 누군가의 악의가 아니라,
현재의 자본 구조 안에서 "합리적으로" 일어난다.

그게 더 무섭다.
V
선의에 기대는 사회는 불안하다
하라리의 경고

"그 선의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태로운 시기가 닥치면, 잉여 인간들을 배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유혹이 커질 것이다."

나는 이 문장에서 오래 멈췄다.

사람은 변하고,

이익이 변하고,

권력이 변하고,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게 고집스럽게 변하기도 한다.

오늘의 선의가 내일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내 삶이 소수의 철학과 선의에 달려 있다면.
그건 너무 불안정한 토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선한 CEO가 아니라,
선의 없이도 작동하는 제도다.
VI
그런데 지금, 다들 넋을 놓고 있다

이게 진짜 문제다.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반 대중은 바쁘다.

정치인은 아직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기업가는 낙관론을 말한다.

기술이 생산성을 올리면 그 부가 자동으로 모두에게 분배된다는 전제.
인류 역사에서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

산업혁명도 그랬다. 생산성은 폭발했지만,
그 부가 노동자에게 돌아오기까지 수십 년의 제도적 싸움이 필요했다.

AI 시대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그리고 지금, 그 싸움을 시작한 사람이 거의 없다.

VII
미래를 믿기 전에

나는 낙관론을 조롱하고 싶지 않다.
기술은 분명 세상을 바꾸고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래에 돈이 필요 없어질지 몰라도,
현재는 여전히 돈이 권력이다.
기업은 그 권력 구조 안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기술 뉴스보다,
그 기술이 만든 부가 어디로 흐르는지부터 본다.
그 흐름을 결정하는 규칙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도.

유토피아는
기술이 데려다주지 않는다.
제도가 데려다준다.
그리고 그 제도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AI 시대 생존 에세이 ·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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