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회사 임원이 소기업에서 버티지 못하는 이유 (feat. 세이노의 가르침)

혹시 여러분도 ‘큰 조직의 시스템’을 ‘내 진짜 실력’이라고 착각하고 계신 적은 없으신가요?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으며 저 역시 다시 한번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왜 큰 조직의 간부들이 작은 소기업에서 쉽게 무너지기도 하는지,
20년 동안 한 분야에서 일해 온 경험 속에서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진짜 실무’의 의미를 이 글을 통해 공유해 보려 합니다.

I. 중견기업을 떠나, 새로 시작하는 회사에 오고 나서

1️⃣ “나는 실무를 아는 사람이다”라는 믿음
저는 20년 동안 잉크젯이라는 한 분야에서 일해왔습니다.
전 직장에서는 신사업 시작과 동시에 합류했고, 5년 만에 97억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1년에 10번이 넘는 해외 전시를 다니다 보니
경쟁사 장비 출력 시연만 봐도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이 왔습니다.
“어디까지 왔는지.”
“우리는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저는 이 분야 전문가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인정해 주었습니다.

직책이 생기면서 조직 안에서 해야 하는 말과
하지 못하는 말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끝까지 실무 감각은 놓지 않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 제가 말했던 실무는
해외 영업, 전략, 보고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정작 장비의 나사 하나를 제가 직접 조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실무를 아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곱게 자랐다”는 말의 의미
새로 시작한 작은 조직에서 저는 기존처럼 영업과 전략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러다 가끔 장비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테스트가 반복되자 어느 순간 속으로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왜 내가 해야 하지?”
“전 직장에서는 AS 조직에서 하던 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저는 장비를 직접 만지는 일을
‘내 일이 아닌 일’로 구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잉크 공급사 대표님이 직접 방문하셨습니다.
업계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분이셨는데
저보다 훨씬 집요하게 직접 장비를 뜯어가며 테스트를 진행하셨습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그분이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저를 보며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정 팀장은… 너무 곱게 자란 것 같아.”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저는 바로 알았습니다.
그래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저를 무시하는 말이 아니라,
제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말이었다는 것을요.

그날 이후 저는 장비를 직접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정말 많은 것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II.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다가

1️⃣ 큰 조직 간부라는 자리
최근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큰 조직에서 일했던 간부는 채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
보조 직원을 원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실무를 잘 모른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불편했지만 이해가 되었습니다.

큰 조직에서는 시스템이 일을 합니다.
그래서 개인이 직접 부딪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저 역시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동시에 놓치고 있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소기업에서의 현실
소기업에서 직원은 단순한 인력이 아닙니다.
함께 버텨야 하는 동료에 가깝습니다.

채용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함께 오래 일하는 직원은
정말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소기업에서 간부는 관리자가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매출을 만들거나
•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있거나
• 실제로 조직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직급만으로 사람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무리 — 제가 내린 선택

큰 조직에서 쌓아온 방식으로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시 배우는 사람이 될 것인지.

저는 4년 전에 한 번 선택을 했습니다.

그날 “곱게 자랐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제가 실무를 잘 안다고 믿고 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가끔 그 말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저는 지금도 배우고 있는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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