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AI 시대, 아이들 취직까지 8년은 버텨야 한다
[11편] AI 시대, 아이들 취직까지 8년은 버텨야 한다
나는 가장 먼저 첫째 방으로 향한다.
"아빠 왔다. 인사 좀 해라, 이놈아."
방 안에서 무심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왔어!"
그게 전부다.
딱 두 글자.
둘째는 게임을 하느라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고,
거실 쪽에서는 아내가 밝은 톤으로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고
어쩌면 조금 지루해 보일 이 풍경이
나에게는
행복이다.
아이들이 사고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제 나이에 맞는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것.
주말이면 아내와 마트에 장을 보러 가고,
가끔 커피숍에 나란히 앉아 각자 책을 보는 시간.
그 소박한 삶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내 불안의 정체였다.
AI 시대가 두려운 게 아니었다.
일자리가 사라질까봐 겁난 것도 아니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왔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그 소박한 하루가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
그게 무서웠던 거다.
어느 날
달력을 넘기다 손이 멈췄다.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취직의 문턱을 넘기기까지.
계산해 보니
8년이었다.
첫째는 지금 전문대 2학년이다.
졸업하고, 군대 가고, 취직까지.
두 아이의 타임라인이 겹치는 구간이 6년.
그리고 둘째를 위해 2년을 더.
| 구분 | 현재 | 필요 기간 |
|---|---|---|
| 첫째 | 전문대 2학년 | 졸업 + 군대 + 취직 ≈ 4년 |
| 둘째 | 고2 | 대학 + 군대 + 취직 ≈ 8년 |
| 필요 기간 | — | 총 8년 |
이 계산을 처음 했을 때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선명해져서였다.
막연하게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갑자기 숫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앞으로 8년 동안은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더 왕성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게 가장으로서 내가 짊어진 현실이다.
나는 장비를 판다.
기계를 고치고
소모품을 공급하며
20년을 버텨왔다.
내 일은 AI가 당장 대체할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기울어져 가고 있다는 것도 안다.
현장의 비명은 점점 커지고 있다.
냉정하게 계산해 보니
지금 이 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년이다.
8년이 필요한데, 3년밖에 버틸 수 없는 일.
그래서 나는 내 삶을 반으로 쪼개기로 했다.
| 구분 | 비중 | 목적 |
|---|---|---|
| 장비 일 | 50% | 지금 당장의 수입 |
| 블로그 · 유튜브 | 50% | 3년 후를 위한 준비 |
수익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8년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터널은
생각보다 훨씬 어둡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만큼
성적이 올랐다.
노력의 결과가 눈에 보였다.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도
수익화의 기미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무한경쟁 속에서
내가 만든 콘텐츠는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기도 한다.
벌써 6개월째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
진퇴양난.
이 네 글자가
지금 내 삶을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나도 그 이야기를 안다.
1편부터 10편까지
그 이야기를 써온 사람이 바로 나니까.
하지만
그걸 아는 것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기술의 진보가 아니다.
생활비 계산서 위에서
마주하는 현실이다.
강의실 안의 철학이 아니라
식탁 위의 생존 문제다.
우울함이 올라오면
나는 운동화 끈을 묶고 밖으로 나간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머릿속의 불안도 잠시 밀려난다.
체력을 길러야
내일도 이 터널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내 정신은 흐느적거린다.
이 터널 끝에
빛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들리는 아이의 무심한 인사.
"왔어!"
아내의 밝은 목소리.
"왔어^^"
그 평범한 풍경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거창한 사명은 없다.
내 가족의 일상을 위해
적어도 지금처럼
8년은 버텨야 하는
사람일 뿐이다.
AI가 빼앗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건 무엇인가.
그 질문을
다음 편에서 같이 고민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