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투잡인가, 전업인가 — 4050 가장의 제3의 선택


[13편] 투잡인가, 전업인가 — 4050 가장의 제3의 선택
4050 직장인의 AI 시대 생존 질문 · 시리즈 13편 · 4050 가장의 현실적인 선택
사무실에 앉아 멍하니 이번 달 매출을 걱정한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없다.

그래도 아침 일찍 출근해
퇴근 시간까지 사무실을 지킨다.

가끔은 스스로가
사무실을 지키는 인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

간만에 햇살이 따뜻하다.
조만간 벚꽃도, 개나리도 만개할 것 같다.

봄은 언제나처럼 찾아온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봄이 멀게만 느껴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아무 일도 없는데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게 맞나?'
'택배를 하면 누군가는 700만 원을 번다는데…'

유튜브에서, 블로그에서
누군가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나도 시작했다.

일이 없는 시간에
유튜브도 하고
블로그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1년이면 무언가 보일 줄 알았다.



이게 1년 동안의 현실이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편의점 알바가 낫겠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 숫자는
단순한 잔돈이 아니다.

20년 전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계약을 따냈을 때의
그 비릿한 떨림이
이 작은 숫자에서 다시 느껴졌다.

0이 1이 되는
이 비릿한 현실을 통과해야만
그다음 숫자가 온다는 걸
나는 안다.

실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실망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렇지 뭐."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말하는 내가 있다.

그리고 또 묻는다.

'이걸 계속 하는 게 맞나?'

솔직히 말하면
이 과정은 꽤 외롭다.

혼자 동기부여하고
다시 달려가다 지치고

세상 우울을 다 끌어안았다가
다시 스스로를 일으킨다.

우울증 환자처럼,
때로는 동기부여 강사처럼.

그렇게
AI 시대에 대한 글
13편을 쓰고 있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면서
동시에
내 고민을 정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글을 쓰면서
나 역시 작은 희망 하나쯤은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I. 두 가지 길의 유혹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투잡 해야 하나?"
"아예 전업으로 바꿔야 하나?"

AI 시대라는 말까지 겹치면서
이 질문은 더 자주, 더 크게 들린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작은 함정이 있다.

마치 세상에
두 가지 길만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II. 투잡 —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일

투잡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당장 돈이 들어온다.
배달, 대리운전, 온라인 판매.
선택지는 많다.

하지만 투잡의 본질은 단순하다.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일이다.

하지만 AI 시대에
시간은 점점 값이 떨어지는 자산이다.

회사에서 하루 8시간을 쓰고
집에 와서 또 3시간, 4시간을 쓰면
당장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까.

아이들 취업까지
남은 시간은 8년이다.

70이 된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계단을 뛰어오르며 배달하는 장면이
도저히 눈에 잡히지 않는다.
투잡은
지금의 문제를 잠시 덮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삶의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III. 전업 — 떠밀려 시작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

그래서 어떤 사람은 말한다.

"차라리 완전히 바꾸자."

같이 근무했던 팀장님이 있다.

해외영업 팀장으로 오래 일하셨던 분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취직이 안 된 지 6개월째 되던 때
통화를 한 번 했다.

그 목소리의 무게가 아직도 기억난다.

다시 전화 걸기를 망설이며
3~4개월이 지났다.

그러다 팀장님한테 먼저 전화가 왔다.

조금은 밝아진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직장 그만두고 할 게 뭐 있나요.
그냥 치킨집 하려구요."

개업 후에 여쭤보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일주일에 6일 일하고,
혼자 하다 보니 알바 쓰고 나면
아무리 바빠도 실질적으로
갖고 가는 돈이 얼마 되지 않아요."

힘들다고 하셨다.

하지만 취직이 안 되던 그때
그 목소리에 비하면
지금은 훨씬 나아 보이셨다.

팀장님의 20년 해외영업 노하우가
전혀 다른 곳에서 쓰이는 걸 보며
생각했다.

내 자산만큼은
증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써야겠다고.
20대의 실패는 젊음의 훈장이지만
우리 나이의 실패는 가계의 파산이다.

팀장님처럼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길이 되기 전에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게 더 낫지 않을까.
IV. 제3의 길 — 게릴라전

그래서 나는
요즘 다른 길을 생각한다.

완전히 떠나지도 않고
완전히 매달리지도 않는 길.

4050에게 제3의 길이란
멋진 신세계를 찾는 여행이 아니다.

현재의 본진을 지키며
조금씩 영토를 넓혀가는
전술적 확장이다.

지금의 현금 흐름은 사수하면서
비어있는 시간에
작게, 아주 작게 실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1년 동안 했다.
수익은 저 숫자가 전부다.

하지만 그 1년이 남긴 것도 있다.

AI를 쓰는 법.
글을 쓰는 리듬.
내 생각을 정리하는 힘.

그리고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작은 위로.

지금 당장은 돈이 아니지만
이것도 분명히 쌓이고 있다.
V. 선택보다 중요한 것 — 기준

투잡을 할 수도 있다.
전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다.

나는 요즘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첫째 — 현금 흐름을 무너뜨리지 않는가
지금 당장 매출이 끊기면
다음 달 생활비가 없다.

투잡이든, 새로운 시도든
지금 버는 돈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

베이스캠프를 버리고
정상을 오르는 사람은 없다.
둘째 — 6개월 안에 시험해볼 수 있는가
8년을 버텨야 하는 사람에게
3년짜리 준비 기간은 너무 길다.

작게라도 6개월 안에
뭔가 해볼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셋째 — 내가 가진 경험과 자산을 활용하는가
12편에서 정리했던 그 5가지 자산.

20년의 노하우.
몸으로 마음으로 겪은 맷집.
4050이라면 갖고 있는 성실함.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튼튼한 몸.
그리고 원동력이자 정신적 지주인 가족.

완전히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있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그게 4050에게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그 선택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마무리
AI 시대는
빠른 사람의 시대가 아니다.

움직이는 사람의 시대다.

정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보다
작게 시도하는 사람이
다음 기회를 만난다.

나는 아직
완벽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도
이 글을 쓴다.

수익은 저 숫자가 전부지만
무언가는 쌓이고 있다.

···

봄은 언제나처럼 찾아왔다.

당장 화려한 꽃을 피우지 못해도 좋다.

봄날을 맞이할 자리에
내가 서 있어야 할 뿐이다.

오늘은 그렇게 믿어보기로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 질문을 가져가보겠다.
AI 시대, 작게 버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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