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gnamdae 100km Ultra Marathon Part 3 — 'A Thousand Thoughts'
I. 10km 통과
10km를 통과하면서 그 기분 좋음으로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다리도 쌩쌩하고, 마음도 든든히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무리하지만 말자.'
'부상이 오면 바로 지옥이니,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절대 무리하지 말자.'
이전 흥타령 울트라에서 다리 부상으로 4시간 30분 동안 숫자 1부터 100까지 수백 번을 되뇌이며 걸어갔던 마지막 20km.
그 힘듦을 알기에, 마음은 들떴지만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II. 20km 가기 전, 길게 이어진 산
첫 울트라 마라톤을 참가하기 전에는, 언덕이든 내리막이든 느리더라도 무조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울트라 때, 산을 통과해야 했고, 뛰는 속도와 걷는 속도가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산을 처음부터 끝까지 뛰는 사람이 없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울트라가 모든 거리를 뛰는 게 아니구나!!'
10km를 지나 어느덧 끝날 거 같지 않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모든 분들이 걷기 시작했고, 저 또한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 걷는 속도가 일반 걷는 속도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다들 전속력으로 걷고 있었고, 같이 간 분들 뒤로 쳐지는 저를 자꾸 발견하게 되더군요.
'엄청 빠르게 걸으시네. 좀 더 빨리 걸어야겠다.'
뒤처지면 약간 뛰었다가 다시 걷고, 또 쳐지면 종아리가 아려와도 빨리 발을 옮기고.
그렇게 걷다 보니 점점 발목 뒤쪽이 뻐근하게 당겨왔습니다.
'무리해서 뛰지는 않았으니, 힘들지만 그냥 걷는 거니 괜찮겠지.'
III. 내리막에서도 풀리지 않는 발목 뒤쪽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으로 가면서 풀릴 줄 알았던 발목 뒤쪽이 계속 뻐근했습니다.
장경인대도 아니고, 발바닥 부상도 아니고, 그냥 근육이 뻐근한 거니...
'곧 괜찮아지겠지.'
한참 가다 벚꽃이 너무 예뻐서 들뜬 기분에 사진도 찍고,
한참을 내려가 달리고, 평지를 달리는데 다시 발목 뒤쪽이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평지라서 속도를 내도 되었는데, 발목 뒤쪽이 당겨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걱정되는 마음으로 도착한 두 번째 체크포인트.
혹시 떡이라도 많이 먹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한 20개 넘게 먹었던 거 같습니다.
허기가 아니라, 이 불안함을 채우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IV. 그리고 다시 시작된 오르막
'혹시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20km 체크포인트에서 잠시 쉬고 다시 뛰어 보았지만, 계속 발목 뒤쪽이 당겨왔습니다.
'아,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이제 시작인데...'
뛰는 자세를 바꾸어 보았습니다. 아마도 발목을 최대한 덜 쓰고 뛰는 자세가 되었던 거 같습니다.
'어... 이렇게 뛰니 뛸 만하네.'
하지만 속도는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같이 가신 분들은 뛰었다 걸었다 했지만, 전 현저히 줄어든 속도로 걷는 분을 지나치면서,
'전 그냥 천천히 꾸준히 뛰어갈게요.'
이래야 속도가 맞을 거 같았습니다.
'30km도 못 가서 이러면 안 되는데...' 걱정도 있었지만, 당장 발목 뒤쪽이 덜 아프니 이대로 가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7분 30초 페이스 정도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더군요.
같이 간 분들 속도에 맞춰 걷기 시작했는데, 종아리 뒤쪽 통증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쫑님은 저 멀리 먼저 가시고, 두루미님, 브라보님, 회장님, 저. 이렇게 4명이서 엇비슷하게 가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좀 천천히 갈게요. 먼저 가세요."
V. 오만가지 생각!!
두루미님과 브라보님은 먼저 가시고, 회장님께서
"아이... 그래도 같이 가."
"아니에요 회장님. 먼저 가세요. 저 때문에 너무 늦어지잖아요."
"아니야, 어차피 정팀 페메하려고 온 거니까. 그냥 부담 갖지 마."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그렇게 한 5분 같이 갔나, 도저히 계속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회장님... 정말 먼저 가세요. 제가 부담스러워서요..."
"그냥 같이 가면 된다니까... 부담 갖지 말고."
"아니에요.. 제가 좀 마음이 그래서요."
"알았어 정팀, 천천히 와."
그렇게 혼자가 되었습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30km도 못 가서 이러는데, 100km 갈 수 있으려나?'
'아, 왜 오르막길 걷는 걸 그렇게 힘들게 쫓아갔을까?'
'그나저나 여기서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 밤에 어디서 기다려야 하나?'
'완주 못 하고 집에 가면... 와이프가 뭐라 할까?'
그리고 아빠 엄마 달리는 거 보고, 특별활동도 달리기 동호회에 든 둘째.
대회 참가 전에도 "아빠 대회까지 며칠 남았어. 곧 대회네." 항상 관심 갖던 둘째.
'아, 둘째한테 뭐라 하지!!'
'완주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반드시 완주해야 하는 오만가지 이유들이 떠올랐습니다.
'아...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되겠다.
수많은 실망들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
그리고 나 자신한테도...
100km 완주를 못했다라는 후유증이 너무 오래갈 거 같았습니다.
천천히 걱정하면서 걷다가, 이래선 답이 없을 거 같아, 잠시 속도를 포기하고 발목 뒤쪽을 쭉쭉 당겨주는 자세로,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잠시 멈추어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저를 지나쳐 가는 수많은 분들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딱딱하게 뭉쳐 있는 곳을 풀어야 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스프레이 파스를 꺼내 그 부위에 듬뿍 뿌려주고, 다시 한 발 한 발 옮길 때마다 아픈 부위를 길게 스트레칭해 주었습니다.
잠깐 효과가 있었지만... 조금 걷다 보면 똑같이 아파왔습니다.
분명 효과는 있는 거 같은데... 다른 방법이 없을까?
그리고 찾은 방법. 벽에 기대어 발목 뒤쪽을 최대한 당겨주니 뭉쳐 있던 게 조금 풀렸습니다.
300미터 혹은 500미터, 또 당겨오면 같은 자세를 반복하고.
그렇게 반복하니, 걸을 만했습니다.
'아... 그나마 다행이다. 아프면 이렇게 해서 풀고, 다시 가면 되겠다.'
그렇게 오르막을 걷다가, 스트레칭하다가, 다시 걷고, 다시 스트레칭하고. 계속 뒤로 쳐지긴 했지만, 그나마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슬슬 희망을 다시 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 좀 더 풀리지 않을까? 제발 풀려야 하는데...'
어느덧 오르막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VI. 기다리고 계시는 회장님!!
이게 참 신기하더군요.
분명 부담스러워서 먼저 가시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렇게 가시니까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바로 드는 생각이...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수만 가지 걱정이 들고...
그렇게 혼자 몸도, 마음도 싸우면서 오고 있었는데,
저 멀리, 먼저 가시라고 말씀드렸던 회장님이 보이는 순간!!
정말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더군요.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아, 그냥 가시죠... 괜찮은데..."
"아니야, 어차피 청남대 정팀 부상 없이 완주할 수 있도록 페메하는 게 목표라서... 같이 가자고."
"아... 그럼 부탁드릴게요. 회장님..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게 다시 혼자가 아님에 감사하며 길을 이어갔습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