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gnamdae 100km Ultra Marathon — Part 4 'Amazing People'
청남대 100km 울트라 마라톤 4편
'멋진 사람들'
I. 점점 한산해지는 대열
한 10km까지는 여러 대열 속에 같이 뛰고 걷기를 반복하고,
20km 정도 넘으면 수많은 대열들이 한산해지고,
다시 산을 오를 때는 인파가 모였다가, 또 내리막에서는 한산해지고.
그렇게 모였다 한산해졌다를 반복하다, 30km 정도 되면 비슷한 페이스의 사람들끼리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30cp(체크포인트, 음식과 급수가 가능한 곳)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20km 정도까지는 같이 출발했던 네 분과 대열을 유지하면서 갔는데,
쫑님은 1km 지날 때마다 크게 "1%", 어느덧 쫑님의 "17%"까지 듣고 앞으로 치고 나가셔서 그 이상 몇 % 외침은 듣지 못했고,
묵묵히 뛰고 계시는 두루미님과 브라보님도 먼저 가시고, 옆에 회장님만 남으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가민에 400미터마다 알람이 울리게 되어 있었고, 처음 시작할 때,
"정팀 운동장 250바퀴만 돌면 돼."
"250이요?,,, 언제 0이 되겠어요 ㅠㅠ"
그렇게 400미터마다 회장님께서 가끔
"이제 200 under로 떨어졌네, 200바퀴만 더 돌면 되네."
"저한테는 두 개밖에 없어요. 1과 2. 1은 50km, 2는 100km. 빨리 숫자 1을 끝내고 싶네요."
그렇게 40km를 지나고,
'아, 조금만 가면 숫자 1이 끝난다. 우선 반만이라도 끝났으면 좋겠다.'
III. 혼자 묵묵히 앞서거니, 뒷서거니 마주치는 여자분
40km 이후부터 어떤 여자분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계속 마주치더군요.
회장님과 저는 뛰었다 걸었다를 반복했고, 그 분은 쉬지 않고 꾸준히 달리기에 계속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습니다.
어두운 도로길에, 혼자 빛나는 경광등을 뒤로하고 저희를 지나쳐 가는 모습이 멋있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 지나쳐 갈 때 회장님께서 스윽 한마디 던지셨습니다.
"어디서 오신 거예요?"
"안양이요."
"어, 저희도 안양인데. 이번이 처음 도전하시는 거예요?"
"아니에요. 이번이 세 번째인데, 첫 번째는 실패하고, 두 번째도 추운 날씨 때문에 대회가 50km에서 취소되어서, 아직 완주하지는 못했어요."
"이번에 꼭 완주하시길 기원합니다."
듣는 순간, 달리는 모습도 멋지지만, 그 멘탈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 마라톤 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상을 감내하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부상이 왔을 때 깔끔히 포기하는 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 포기하는 용기,,, 정말 대단하지."
저 또한 첫 번째 풀마 때, 부상을 감내하며 끝낸 경험이 있고, 부상임에도 끝까지 뛴 가장 큰 이유는,,,
'첫 도전 실패가 트라우마가 되어,
다음 도전 자체를 시도하지 못할까 봐.
한 번 포기는 나중에 또 포기로 이어질까 봐.'
그렇게 도전 실패는 생각보다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첫 번째 도전 실패 후에도,
다음 해에는 기상악화로 대회가 취소되었음에도,
두 번째 도전이 무산되면서 아마 저 같으면, '청남대 울트라는 나와 연이 아닌가 보다'는 생각으로 더 이상 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 같은데,
이 분은, 모든 걸 다 뒤로하고 다시 3번째 도전!!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한참 했습니다.
멘탈도 멋있고, 달리는 모습도 멋있고, 꾸준히 혼자 묵묵히 뛰는 그 모습 자체!!
그런 멋진 모습에 내 자신이 투영되어, 많은 분들이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는 거 같습니다.
IV. 드디어 끝난 숫자 1
이런저런 생각으로 달리다 보니, 저 멀리 밝은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저기가 50km인가 보다.'
원래는 100km까지 가야 완주인데, 어느덧 목표는 100km 대신 50km로 쪼개지더군요.
그렇게 숫자 1이 끝나는 50cp에 도착하고, 회장님께,
"정말 밥 먹기 힘드네요. 50km를 달려야 밥을 주니,,, 제 인생에서 가장 먹기 힘든 밥인 거 같네요 ㅎㅎㅎ"
'정말 몸이 힘들면 밥도 잘 들어가지 않는데, 밥이 들어가니 정말 다행이다.'
주자마다 다르겠지만, 50cp에서 많은 분들이 간단한 환복과 양말을 갈아신습니다.
양말을 새로 교체하고, 안에 입은 젖은 긴팔을 환복했습니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 날씨가 쌀쌀해져 배낭에 넣었던 바람막이도 꺼내서 입었습니다.
양발 4번째 발가락에 물집이 크게 잡혔지만, 뭐 이 정도야...
V. 피반령 시작 구간까지만 가자
경사가 완만하면 어느 정도 뛰어가고, 경사가 높아지면 걸었습니다.
피반령이 가장 높은 고개라는 얘기를 들었고, 이제 50km 목표는 끝났으니, 높은 경사 때문에 어차피 뛰지 못하고 마음 편히 걸어갈 수 있는 '피반령' 초입을 다음 목표로 세웠습니다.
그게 약 77km 지점이라고 하더군요.
어느덧 60km를 지나치고,
70km 가기 전, 갑자기 저도 모르게 "악!!" 오른발에서 너무도 큰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혹시 물집이 발바닥 전체로 번졌나?'
너무도 크게 느껴졌던 고통이라, 잠시 물집이 발가락을 넘어 발바닥 전체로 번지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계속 뛰고 걷다 보니 물집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거 같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발바닥 전체로 번지지 않아서,,,'
그렇게 70km를 지났습니다.
'아, 조금만 더 가면 피반령 초입,,,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는 오르막 구간, 우선 거기까지만 가자.'
5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