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경력 30년, 입사 2주 만에 그만둔 이유



현실은 아니지만, 사람 관계가 무너질 때 그게 어떤 감정인지 알기에 !! 

50대, 경력 30년, 입사 2주 만에 그만둔 이유
와이프가 겪은 1주일간의 이야기, 그리고 옆에서 지켜본 남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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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그만둔 지 1년이 안 된다.

몸도 마음도 지쳐 퇴사했지만, 대학생인 첫째, 고등학교 2학년인 둘째, 돈 들어갈 게 한두 푼이 아니다.

요즘 경기 때문에 그런지 남편 수입만으로는 불안하다. 그렇게 하루에 하나씩만 이력서를 넣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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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때는 바로 연락이 왔지만, 1~2주가 가도 연락 오는 데가 없다.

한두 달을 그렇게 보내다, 마지막 받은 연봉을 삭제해 보았다.

이후부터 그나마 연락이 뜨문뜨문 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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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면접을 보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사장님이 좀 이성적인 분 같고, 입사가 결정되었다.

8명이 다니는 조그마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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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첫날

8시 20분, 좀 일찍 도착했다.

'혹시 직원 중 누군가는 빨리 오겠지.'

8시 59분이 되어서야 어린 직원 한 분이 도착했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뭐지? 왜 출근 시간을 다 지키지 않지?'

좀 그랬지만, 그러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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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한테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데, 전임자는 이미 퇴사했다고 한다. 3일이 지나도 인수인계에 대한 설명이 없다.

30대 중반 차장이

"우선 이것부터 하시면 돼요."

앞뒤가 없다. 신입사원도 아니고, 경력자로 입사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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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을 중심으로 대리 한 명, 사원 한 명. 이렇게 셋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 같다.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차장도 대리도 본인들이 엄청난 실력자라 생각하고, 자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같은 일을 12년 넘게 해온 나에겐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본인들이 대단하다고 하니 그냥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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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금요일을 맞이하고, 계속 고민된다.

'정말 여기를 다녀야 하나?'

왠지 섬에 고립되어, 본인들이 제일 잘난 사람처럼 생각하는 친구들. 웬만하면 섞이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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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드디어 인수인계가 시작된다. 한마디도 없이, 책상 위에 파일들이 쌓여 있고, 올라가지 못한 파일들은 책상 옆에 쌓여 있는 상태로.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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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점심을 먹다, 한 10분 지났나. 갑자기 차장이 일어난다. 옆에 있던 친구가 나를 보며,

"아직 다 못 드신 분도 있는데..."
"난 상관 안 해, 그냥 갈래."

황당하다... 이건 기본 예의 아닌가.

그래도 그냥 참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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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이기

그날부터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 무렵이면 대리의 지시를 받은 사원이 온다.

"신고할 업체 목록 주셔야 하는데요."
"업체에 보낸 파일들 다 정리하신 거죠?"

그 많은 파일들을 말도 없이 갖다 놓고, 매번 퇴근 직전에 와서 결과물을 달라고 한다.

직장 경력이 30년이다. 벌써 보인다. 차장, 대리, 사원. 셋이 카톡으로 작전을 짜고, 대리가 주축이 되어 사원을 시켜 날 길들이기 하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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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이었던 건 그다음 날이다

전자 신고로 넘어가려 하는데, 대리가 말한다.

"그거 한꺼번에 해야 해요. 개별로 하시면 안 돼요."

별것도 아닌데, 회사 룰인가 보다. 알겠다 한다.

한참 후, 사장님한테 왜 처리가 안 되었냐고 전화가 왔다. 그리고 나서, 나와 대리가 나눈 대화를 다 들어서 왜 전자 신고가 안 되었는지 알고 있던 차장이, 아무것도 못 들은 듯,

"왜 그거 바로바로 하지 않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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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때 어느 정도까지 했느냐면, 한 팀을 책임지고, 바쁠 때는 한 달에 15일을 팀원들과 사무실에서 같이 자며 일했다.

일반 회사에서는 자금, 회계, 경영, 인사를 모두 관리했다. 일에 대해서만큼은 항상 인정받으며 회사생활을 했다.

그런 내가 지금,
이 어린 친구들한테
길들이기를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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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린다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쪽팔린다.

외딴 섬에 지들이 제일 잘난 줄 아는 그 어린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것도, 그 깜냥도 되지 않는 친구들한테 길들이기를 당하는 내 처지도, 이 상황이 창피해서 당황스럽다.

갑론을박 따지고도 싶지만, 그 어린 친구들하고 언쟁하는 날 상상하니, 아... 이건 정말 쪽팔림 그 이상일 것 같아 꾹꾹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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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경력 단절을 여기서 끊고 조금 참다 나가려 했는데, 도저히 여기서는 쪽팔려서 못 다니겠다.

경제적 상황은 참고 다녀야 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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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지켜본 남편

지금까지 와이프가 겪은 1주일간의 이야기다.

스무 살에 친구로 만나, 30년을 친구처럼 지낸 아내다.

그 친구가 "쪽팔린다"고 했을 때, 그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감정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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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상황은 녹녹치 않다.

하지만, 지금 와이프 상황이 어떤지 안다. 나 또한, 직장에서 몸까지 아파와 퇴사했기에,

"그래, 그냥 그만둬. 잠시 쉬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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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하고, 어떻게든 버티려 했던 와이프가 고맙기도 하고,

좀 쉬게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그 힘든 1주일을 버틴 와이프가 안쓰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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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앞만 보고, 너무 현실만 바라보고, 여유 없이 달려왔는데,

'그래... 우리 잠시 쉬었다 가자.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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