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라톤 _ 처음 해 본 자원봉사

"그런 동상이 있었어요??"

춘마 달렸던 분들 대부분 보지 못한 '소양강 처녀' 사진으로 시작해 봅니다.  


I. 동호회 일원이 되면서, 

'달리는데 무슨 동호회까지??'

'음악 들으면서, 안양천 석양도 아침 햇살도 흐르는 물도 그때그때 변하는 풀색깔도, 들꽃도, 보고느끼면서 혼자 달리기 게 좋아'   

그랬던 저였고, 어찌어찌 업체 대표님의 강요(? 회장님이죠)로 작년 11월 눈이 펑펑 내리는 백운호수를 시작으로 지금껏 같이 달리면서 평중마 '지박령'이 되어 가네요. 

평중마(평촌중앙마라톤클럽 - Daum 카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은 하기 글 참조하세요.

춘천 마라톤 대회 참가전 보양식 잔치


전날 큰 놈이 

"아빠 달리지도 않는데 뭐하러 가?"

"지금까지 받기만 하다 이제 아빠도 처음으로 그렇게 하는 거야" 

원로님들의 보살핌만 받다, 처음으로 자원봉사(자봉)로 춘천 마라톤을 가게 되었습니다. 

 

II. 대회 당일 새벽 4시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어찌어찌 잠이 들자마자 울리는 알람!!
힘겹게 끄고, 10분 후로 맞추자마자 다시 울리고,, '아,, 한번만 더 10분,,' 와이프가 졸린 목소리로 

"얼렁가!!" 

전날 귤 10개와 종이컵을 챙겨 놓은 'HITE' 아이스 가방을 들고, 비몽사몽으로 평촌중앙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아,, 정신이 안 드네,,,자봉인데 늦어서 민폐 끼치지 말아야지' 

등에 땀이 살짝 날 정도로 빠르게 걸어 중앙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마초(그 마초가 아니라, 마라톤 초보의 약자죠. 저도 처음 그렇게 생각해서,,^^)님은 먼저 와 계시고, 꼬미노님에 이어, 회장님까지,, 

택시로 사당역에 도착하니 4대 정도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고, 줄이 점점 길어지더군요. 

나이드신 분 보다는 젊은 친구들이 많았고, 살짝,, 술 퍼먹던 30대 그 아까운 시간들이 후회되면서, 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그것도 건강에 좋은 달리기를 하려는 젊은 친구들을 보니,, 

'MZ 세대가 우리보다 훨 잘 사네' 라는 짧은 생각도 하고,, 

버스에서는 미리 사 놓은 버거킹을 먹고 잠이 깨니 춘천이더군요. 

 

III. 화려한 달리기 인들 !!   

복장의 화려함이 아닌, 그 사람 자체만으로의 화려함!! 

10km 달릴 때는 '마라톤 풀코스 그냥 거리만 늘려 뛰는 건데,,,'  

32km 부상 없이 달렸을 때도 '풀코스 별거 없겠지,,,'  

그렇게 풀코스 뛰고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지금!!(장경인대 부상 한달 운동량과 심정

* 화장실 앞에 길게 줄 서고 계시는 분들도 !! 

* 앉아서 여기저기 테이핑 하시는 분들도!!

* 소란스럽게 동호회 사진 찍으며 파이팅 하시는 분들도 !! 

10km가 쓰여지지 않은 배번만 보면(춘마는 풀코스와 10km 두 코스밖에 없습니다)

그 모든 분들 다 화려해 보이더군요!! 

화려한 사람을 그렇게 많이 본 건 제 인생 처음이었습니다. 


당연히 화려한 회장님과 꼬미노님의 출발 전, 분위기를 담아보고,,, 



IV. 4시간 동안 뭐하지?  

1. 소양강 처녀와 커피 한잔

마라톤 출발 시간보다 일찍 37km지점(자봉지점)으로 마초님과 터벅터벅 걸어갔습니다.

가다보니 춘천역(전철)이 보이고, 마초님께서 "여기서 편하게 화장실 좀 보고 가죠"  

저도 새벽에 나왔더니 화장실이,,,, 한가할 거라 예상하고 올라가니, 왠걸? 10km 뛰시는 분들(10시 대회시작)로 북적이더군요. 

다시 나와, 40km 다리 건너기 전, 근처에 있는 한적한 카페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출발하셨겠네요. 천천히 가 볼까요"

웅장한 소양강 처녀 동상 앞에 악보와 같이 버튼이,, 그렇게 소양강 처녀 노래도 듣고, 37km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2. 대회 시작 3시간 경과 

음료 미리사서 아이스박스에 넣어놓을까? 하다, 마초님께서 크루와 어플에 달리시는 분들을 등록해 놓아서, 

"회장님 이제 5km 통과했네요 근처 편의점에서 대기하다 오실때쯤 음료사서 37km 지점에 가 있으면 될 거 같아요" 


편의점 밖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토바이 가이드를 받으며 1등 주자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고 조금 후, 또 다른 주자와 여성 주자도 보이고,, 그렇게 스무명 정도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어찌나 달리는 폼들이 하나같이 똑같은지,,,, 멋있다!!' 는 생각을 몇 번하고, 주변 자봉들께서 환호하는 소리도 들리고,,, '이제 슬슬 시작하는 구나!!' 

20명 이후부터는 달리는 폼들이 다 제각각이었습니다. 마초님과 잠깐 나눈 대화가,, 

"선출 끝나고 나니 달리는 폼들이 다 제각각이네요" 

"그러게요. 지금 오시는 분들 다 서브3인데,, 달리는 폼으로 달리기 실력 평가하면 안되는 거 같네요" 

그렇게 뛰엄뛰엄 오시는 주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며 달려 오시는 데,,, 간혹 얼굴에 힘든 기색이 있는 분들도 계셨지만 거의 대부분 편안한 얼굴로 본인 페이스(3시간 30분안에 들어오시는 분들)를 유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제 저희도 준비할까요!!!"

 

V. 30km 통과 시간을 보고   

1. 회장님!! 

"회장님 방금 30km 통과했네요" 

크루와 어플을 통해 37km 지점 통과 시간을 2분 오차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마초님 제가 한 50미터 앞으로 가서 영상 찍으며 올게요, 그때 마초님은 얼음컵에 음료수 따르고 바로 시원하게 드실 수 있게 하면 될 거 같아요, 저 이제 앞으로 나갈게요" 

아침에 찍은 사진을 눈에 다시 세기고, 

'평중마 싱글렛, 하얀모자, 목에 두른 등산 손수건, 그리고 회장님 달리는 폼' 

어느덧 눈이 풀리면서,,,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고,, 다시 

'평중마 싱글렛, 하얀모자, 목에 두른 등산 손수건, 그리고 회장님 달리는 폼' 

몇 번 되새기며 집중할 때, 회장님이 오시더군요. 

여름에 열심히 훈련하셔서 크게 힘들지 않으실거란 예상과 다르게, 힘듦을 너머 고통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30km지점부터 쥐가 났고,, 콜라 드시고 다시 출발 하시면서 

"무조건 가야 돼!!"  그렇게 힘겹게 다시 출발하시고, 



'풀코스라는 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리' 라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회장님도 힘든 모습이었지만, 앞서간 빠른 페이스 주자들 중에서도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달리시는 분들도,

잠시 멈춰 힘든 얼굴로 스트레칭 하시는 분들도,

약간 절룩거리며 가시는 분들도, 


2. 꼬미노님 

마초님께서 

"꼬미노님 30km 통과했는데, 출발시간 계산하면 3시간만에 통과한거라, 서브4 간당간당한데요. 이따봐서 페이스메이커(페메) 해야 할 거 같은데,, 나머지 짐은 정팀이 맡아주세요" 

"네, 그렇게 하시죠" 


그렇게 도착시간에 맞춰, 엄청 집중을 하면서 또다시,,  

'마르고 위아래 검은색, 검은 모자' 

'아,, 왜 이렇게 검은색 복장이 많은 거야?? 아,, 혹시 놓친 거 아냐??' 

잠깐 걱정하고 있을 때 다가오는 꼬미노님 


"형님 시계 있어요?, 30km에서 시계가 죽어서,, 페이스를 알 수 없어서,, ㅠㅠ" 

그렇게 마초님께서 꼬미노님과 같이 페메로 달려 나갔습니다. 


VI. 눈부신 주자들!!   

1. 교복을 벗고~~ 

떠나가는 님들의 뒷모습을 보니, 갑자기 윤종신의 '교복을 벗고~~' 신입생 때 흘러나온 슬픈 노래가 생각나더군요.

님들을 보내고, 홀로 콜라와 아이스컵을 챙겨, '아이스 백을 매고~~' 천천히 님들께서 떠다간 길를 따라 달려 보았습니다. 

힘들게 달리신 회장님, 꼬미노님이 오래 기다리실 거 같아, 걷뛰하면서 자봉도 서브5를 달성했습니다.
 


2. 얼굴엔 힘듦이,,   

아이스백을 매고, 4시간 30분대 이후 주자들의 뛰는 모습이 계속 눈에 보였고,

그 힘듦이 

* 얼굴에도, 
* 팔을 휘휘 저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에도, 
* 다리 한칸을 잡고 몸 전체를 스트레칭하는 모습에도, 
* 자봉의 너무도 큰 "이제 다왔어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에 호응 못하는 모습에도,
* 절룩 거리며 걷고 있는 모습에도,

서브4 주자들이 지나간 그 길에, 서브 5, 서브 6 주자들이 꽉 채우고, 

그 긴 시간 동안 고통을 참으며 자기와의 약속을 지킨 화려한 분들의 승리 !!   

그렇게 승리를 위해 가시는 모든 분들이 너무 화려해, 제 가슴이 눈 부시게 그분들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다음엔 저도 꼭!!!! 그 분들처럼 화려해 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 했습니다.



VII. 후기  

회장님께서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목표한 시간이 있었는데,, 아주 짧게 많이 아쉬워 하셨지만, 쿨하게 내려놓으시고^^


 
꼬미노님은 1년만에 40분 넘게 풀마 기록을 단축해서 아주 뿌듯해 하셨고^^
  


식사 후 마라톤 기록대에 가서 사진을 찍다 보니, 대부분 5시간 후반 대에 골인하신 분들이었고, 전광판에,, 

5:36
5:27

이랬던 기록이 갑자기 

3:45
3:55 

로 바뀌니,, 뒤에 사진 찍으려고 대기했던 분들이 잠깐 속삭이는 대화가,, 

"와,, 시간 봐봐 !! 4시간 안이야,,,대단하다!!" 

그렇게 화려한 회장님, 꼬미노님은 대단한 사람까지 되어 춘천마라톤을 무사완주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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