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살 퇴사 그리고 자영업
예전 직장 동료 분과의 통화
퇴직 후 8개월간 취직이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예전 직장 동료와 통화한 게 약 4개월 전이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분 목소리에 힘듦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간혹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 했지만, '어떤 말을 할지?' 망설이다 4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먼저 전화를 주셨습니다.
목소리가 한결 밝아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치킨집 하려구요. 퇴직하고,,,할게 뭐,,, "
얘기하시는 게 벌써 많은 걸 알아보았고, 벌써 한창 준비를 하고 계시는 듯 했습니다.
별 도움 되지 않는 능력들
그분도 저도 해외 영업을 했었습니다. 간혹 같이 출장을 가기도 하고,,,
45살 즈음에 그 분은 다른 상장 기업으로 이직했고, 전, 시작하는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그분도, 저도 50 즈음에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이후, 이력서를 update해 보았으나,,,연락이 거의 없고, 그분 또한 8개월 구직 활동을 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습니다.
20년 넘게 해온 경력.
영어 실력과 무역 사무.
해외 거래선과의 인맥.
해외 영업 노하우.
이 모든 건 50이라는 나이와 함께 필요 없는 능력이 되더군요.
면접 제의조차 없는 이력서
'유사한 아이템으로 이직?'
45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시작하는 회사에 이직했을 때,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급여 수준으로 해오던 일로 이직이 쉽지 않다는 거.
아니, 급여를 낮추더라도 지금 해오던 일로 이직이 쉽지 않다는 거.
지금껏 직장이 제 일터라는 생각으로 살아서, 해오던 일 말고 다른 일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습니다.
면접 제의조차 오지 않는 이력서, 그렇다고 무슨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곧 대학교에 들어가는 첫째, 고등학생이 되는 둘째, 남은 아파트 대출
매달 그 어떤 돈이라도 갖고 와야 하는 상황이고, 다른 일을 고민해 봐도 뭘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떠밀려 시작한 자영업
음식점을 해 본적도 없고, 그렇다고 따로 투자를 해 본적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해 오던 일 밖에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일은 장비 판매업이라,
- 데모 장비가 있어야 고객한테 데모를 할 수 있고,
- 데모 장비를 갖다 놓을 공간도 필요하고,
- 공간을 구하려면 보증금도, 한 달 월세 비용도 생각해야 하고,,
집에 사업자만 내고, 필요할 때마다 그만 둔 직장에 가서 데모하는 것도 생각하고,
처음부터 투자하는 것도 생각하고 오랜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바로 투자하는 대신,,,눈치가 보이더라도 그만 둔 직장에 양해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이사님께서 지금처럼 무역과 해외 communicaion을 유지하면서 그렇게 하라 허락해 주셨습니다.
사업자 주소는 집 대신, 공용 오피스에 등록했고, 월 1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판매하는 아이템은 이 전 직장에서 구매해 제 회사 이름으로 판매하는 형식입니다.
그리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만 둔 직장에 가서 데모를 진행했습니다.
직원으로 있을 때와 많이 틀릴 거란 생각도 했고,
지인들 또한 "한 집에서 두 집 살림 하는 게 쉽지 않다" 충고도 해 주셨지만
선뜻 공간을 마련하고 데모 장비에 투자하는 게 두려워, 그만 둔 직장을 주요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자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자영업 결심 후 심정
지금까지 직장 생활에 최선을 다한 이유는, 자영업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열심히 하는 건 할 수 있어도, 난 사장 감량이 아니야'
직장 생활 내내 이렇게 생각했고, 내 사업이란 건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아마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취직을 했을텐데,,, 50이라는 숫자는 아무도 찾지 않더군요.
내몰려서 시작한 자영업!!
생각은 많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고민해도,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고,
또 고민하다,,, 고민으로 끝나고,,,
고민만 하니 몸도 마음도 상하는 거 같고,
그때,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뭘 할진 모르겠지만, 체력부터 기르자
뭐가 안되더라도, 시간으로 몸으로 때우자, 그럴려면, 체력부터 기르자.
그 때부터 거의 매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민이 많을 때, 달리고,
두려울 때, 달리고,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달리고,
달린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두려움은 왠지 누르러지는 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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