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24의 게시물 표시

"첫 풀코스 무릎 부상 _ 조급함으로 망친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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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너를 위한 무릎 통증 가이드 “어디까지 뛰고, 언제 멈춰야 할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참고 뛰다, 며칠 절룩거리며 지낼 수도 있습니다. 미리 언제 멈춰야 할지, 어느 정도면 심각한지 대략적인 기준을 머릿속에 넣어두는 게 필요합니다.   1. 무릎은 ‘언제’ 아픈가? 통증이 언제 오는지를 알면 원인의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① 뛰는 도중 점점 심해지는 통증 처음엔 괜찮다가 거리·시간이 늘면서 점점 더 아픈 경우입니다. 인대·근육·힘줄에 과부하 가 걸렸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 참으면서 밀어붙이면 악화되기 쉽습니다. ② 뛰고 난 뒤에야 느껴지는 통증 달릴 땐 괜찮고, 집에 와서 쉬다 보면 욱신거리는 경우입니다. 훈련량 대비 회복이 부족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 훈련 강도·거리를 조절하면 좋아질 수 있는 단계입니다.   2. 통증을 3단계로 나눠 보기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내 기준 3단계 로 단순하게 나누는 게 좋습니다. ① 거슬리지만 참을 만한 통증 (주의 단계) 속도 줄이거나 자세를 바꾸면 조금 나아지는 수준입니다. 훈련 강도와 거리를 줄이고, 스트레칭·마사지로 관리해 볼 수 있습니다. ② 달리기 동작이 부자연스러운 통증 (중단 단계) 통증 때문에 보폭이 줄고,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실지 않으려 하며, 약간 절뚝거리는 상태입니다. 몸이  통증을 피하려고 자세를 망가뜨리는 단계 입니다. 이때는 바로 중단 하는 게 맞습니다. ③ 걷기도 힘들고, 눌러도 아픈 통증 (강제 휴식 단계) 평지 걷기도 불편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는 경우입니다. 특정 부위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도 통증이 분명하다면, 병원 + 휴식 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억지로 뛰면 ‘몇 주’가 ‘몇 달’이 될 수 있습니다.   3. “계속 뛰어도 될까?...

삼겹살 굽고 병원 픽업하고… 그래도 수요일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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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수요일은 4시 30분. 갑자기 집안이 분주해집니다. ‘설거지하고, 빨래 개고 널고… 둘째는 삼겹살 구워주면 될 것 같고, 첫째는 뭘 해줘야 하지? 둘이 왜 이렇게 식성이 다른지… 아, 계란말이나 해보자.’ 일찍 퇴근하면 괜히 찜찜해서 사무실을 한 번 더 둘러보고 문을 닫습니다. 가장 오래 걸리는 빨래부터 돌리고, 놀고 있는 둘째 방을 엽니다. 아들놈과의 대화는 항상 Yes or No입니다. "대현아, 삼겹살 먹을 거야?" "…어." "많이?" "…적당히." "지금?" "어." 그렇게 삼겹살 네 줄을 올려놓고 유튜브에 ‘계란말이’를 검색합니다. 역시 백종원 영상. "대현아 먹어!" "계란말이는 왜? 형?" "어." 계란말이를 만들다가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 보여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삼겹살을 집었는데, 둘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알았어, 안 먹을게! 부족해?" "…아니야…" 계란말이를 접시에 놓고 ‘이제 빨래만 널면 되겠네’ 싶어 첫째 방문을 엽니다. "진유야, 계란말이 있고 이따 엄마 오면 김치찌개 끓여달라 해." "아빠, 나 병원 데려다 줘야 해." "어? (예상치 못한 복병…) 아빠 오늘 운동 가야 되는데…" "…알았어." 문을 닫고 빨래를 개려는데 왠지 마음이 걸립니다. "아빠 빨래만 널고 바로 병원 가자." 그렇게 마지막 미션인 ‘병원 픽업’까지 끝내려는 순간, 와이프에게 전화가 옵니다. "짐 전철 타....

마라톤 첫 풀코스 3편 포기할 수 없었던 완주와 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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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첫 풀코스 3편: 포기할 수 없었던 완주와 달리는 이유     I. 포기할 수 없는 첫 풀코스 1. 무너진 무릎 하프 이후, 유지해 오던 5분 초반 페이스가 서서히 후반대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28km 지점에서는 왼쪽 무릎에 이상 기운이 느껴졌고, 결국 다음 급수대에서 멈춰 물을 연거푸 들이켰습니다. ‘물이라도 많이 마시면… 잠시 멈추면… 무릎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32km 반환점에 도착했을 때, 무릎은 거의 한계에 와 있었습니다. 오른쪽 무릎은 달리기만 하면 통증이 찌릿하게 올라왔고,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보며, “다시 뛰어보자!” 다짐했지만 200m도 못 가 멈춰 섰습니다. 뛰다 걷다를 반복했고, 34km에서는 결국 걷기 시작했습니다. “무릎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는 거야.” “이대로 걸으면 5시간은 넘겠는데… 동호회 분들 기다리실 텐데…” 그때 멀리서 부상자 수거 버스 가 다가오는 게 보였습니다. “탈까…? 오늘만 달릴 것도 아니고, 무리하지 말라고 선배님들도 그러셨는데…” “계속 가다가 크게 다치면 한동안 못 뛸 수도 있는데…”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이, 앞서가던 한 분은 이미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저도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첫 풀코스를 포기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이게 트라우마가 되어 다음에도 무서워지지 않을까?” 다치는 것보다, 기다리는 동호회 분들께 미안한 것보다, 첫 풀코스를 포기하는 그 순간 이 더 두려웠습니다. 결국 절룩거리며 수거 버스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2. 내 몸에 대한 원망과 동료의 응원 심박수는 110~115. 아무리 뛰려 해도 오른발이 말썽이었고, 그 오른발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39km 지점에 도착했을 때, 마지막 3km는 희망이 아니라 “이걸 30분 안에 가야 하는” 부담 으로 다가왔습...

마라톤 첫 풀코스 2편_ 그놈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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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첫 풀코스 2편: 선입견, 페이스, 자만과 현실     I. 선입견 1. 화려한 복장, 그리고 작아지는 마음 우리 동호회 남자 회원들은, 모드리치님을 제외하면 저 포함 모두 꽝패션 입니다(지송^^). 오로지 기능성, 그리고 중요한 신발 정도가 전부죠. 휴게소에서도 러너 몇분을 보고 이미 약간 기가 죽었는데, 대회장에 도착하니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공주 마라톤 각양각색의 화려한 신발 전문가처럼 보이는 테이핑 선글라스와 멋진 모자까지 ‘아… 다들 장난 아니네. 전문가가 이렇게 많은 거야?’ 그렇게 기가 죽어 있을 무렵, 하늘님께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그냥 보면 엄청 잘 달릴 것 같죠? 근데 다 비슷비슷해요.” 이번 대회 처음으로 다른 사람 배번호를 의식하게 되더군요. 풀코스인지 아닌지? . 혼자만의 달리기인데도, 남과 비교하는 습관은, 참,,,    2. 학익진만 펼칠 줄 알았는데… 운동장을 나가려는데,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친구 둘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대회장 가려면 이쪽으로 가야 하는 건가요? 대회가 처음이라서요.” “저도 잘… 잠시만요.” 회장님께 여쭤보고 알려주고 있는데, 언제나 마주 오는 사람들에게 “화이팅!”을 외치시는 회장님께서 역시 좋은 오지랖을 시전해 주셨습니다. “오늘 얼마나 뛰어요?” “저희 풀코스 신청했습니다.” “목표는 어떻게 돼요?”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게 목표예요.” “1주일에 얼마나 뛰었어요?” “300km 조금 넘게 뛰었습니다.” 300km. 순간 그 친구들을 다시 보게 되더군요. 무릎에는 보호대, 짧은 바지,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잘 갖춰진 복장. 요즘 젊은 친구들 대부분, 러닝 크루에서 학익진만 펼칠 줄 알았는데 젊은 나이임에도 훈련에  진심인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II. “네~ 먼저 가세...

마라톤 첫 풀코스 1편 _ 자신감은 하늘을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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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풀코스 마라톤 준비기 1편: 동호회, 훈련, 출발 전 이야기   혼자 안양천을 뛸 때는, 마라톤 대회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동호회 가입 1년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혼자 뛰다 처음 들어오신 회원님이 있는데,,,사모님이 걱정을 하시더라구요.    I. 마라톤 동호회 1. “바람 나는 거 아냐?” 얼마 전 동호회에 들어오신 주봉 형님 이야기입니다. 안양 지역 마라톤 클럽을 알아보다가 사모님께서 한마디 하셨죠. “산악회 가입하면 바람난다고 하던데, 마라톤 클럽도 그런 거 아냐? 그냥 혼자 뛰면 되지 동호회까지 가입해야 해?” 그렇게 형님은 평중마를 찾게 되었고, '토요일 아침 평촌 중앙공원에서 정모한다던데… 몰래 한번 가볼까?' 하셨답니다. 하필 그날은 사람이 거의 없던 날이었고, 공원에는 회장님과 고문님 두 분만 계셨다고 합니다. 운동을 마친 뒤 형님은 이렇게 말했죠. “먼 발치에서 지켜보다가 두 분만 계시길래, 그냥 그쪽으로 가서 동호회 들어오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2. 달리기에 충실한 우리 평중마 단톡에는 총 40여명이 있고, 많을 때는 15명, 적을 때는 회장님 혼자라도 수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 정모를 꾸준히 이어집니다. 토요일 운동이 끝나면 커피나 이온 음료를 마시며 짧은 남자들의 수다 타임을 갖고, “어여 들어가서 가정에 충실해야죠 ^^” 하며 헤어집니다. 수요일 저녁에는 가끔 맥주 한 잔도 하고요. 달리기만 하고 싶은 사람은 달리기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편히 이야기를 나누는 곳.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자꾸 보면 정이 붙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요즘은 수요 정모 전에 빨래와 설거지를 마치고 와이프님의 허락을 받은 뒤 참석합니다.   II. 마라톤 축제를 준비하며 1. “저는 대회까지는 아니고… 그냥 달리기만 할게요!” 동호회 가입 전, 그리고 가...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_THE TAO OF PHYSICS _ FRITJOF CAPRA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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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허공에 뜬 토요일 아침  토요일 아침마다 마라톤 동호회 분들과 달리기를 하는데, 가을비와 함께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일정이 취소되었다.  '다시 편하게 잘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잠을 청했지만, 정신은 또렷해지고, 그렇게 침대 위에서 한 달 넘게, 펼쳐지지 않은 짐을 들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1974년 11월, 나보다 한 살 형님인데도, 아직 건재한 걸 보면, 배울게 많은 분인 거 같다.    II. 어렵게 끝낸 서문 아직 어떤 책인지는 모른다. 물리학과 동양사상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뿐,  문과생인 나한테는 저자의 서문에서부터 모르는 물리학 용어들이 나왔고,  그렇게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하나둘 용어들에 대해 대충 감을 잡다 보니,  서문을 통과하는데만 한참 걸렸다. 그렇게, 서쪽 문(서문)을 통과하고, 도성에 진입하기 전, 옆에 안내도(목차)를 통해 도성 전체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조금 째려보긴, 했는데,,,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렇게, 도성에 첫발을 내딛는다.      III. 마음에 와 닿는 첫 문구  첫 발을 때자 마자,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울림을 주는 문구에,,      

서울 나들이 _ 종로 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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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바쁜 명절 1) 15년 전 "어머니 몇 시까지 오신대? 내일 제사 지내려면 장도 봐야 하고…" "장모님 댁은 제사 끝나고 바로 가자. 얘들 젖병이랑 기저귀는 내가 챙길게." 그땐 명절이면 당연히 제사였고, 아이들 짐은 늘 한가득이었습니다. 2) 5년 전 어느 순간, 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죠. "엄마, 이제 아버지 제사는 기제사만 지내고… 명절은 식사만 하면 안 될까?" 그렇게 명절 제사는 ‘식사’로 조용히 바뀌었고, 우리 집 명절 풍경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3) 3년 전 장인·장모님은 이제 추모공원에서 뵙게 되고, 아이들에게 말하면, "아빠, 엄마랑 가까운데라도 갔다 올래?" "나 친구들이랑 약속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더군요. II. 그리고 맞이한 이번 추석 1) 먼 곳은 차가 막힐 것 같고 추석 연휴 이틀째. 특별히 할 일이 없고, 멀리 가기도 애매한 그런 하루였습니다. "서울이나 한번 갈까? 저번에 홍인지문 달릴 때 보니까 광장시장도 가깝고… 괜찮으면 도성길 조금 걸어도 되고." "그러자. 연휴라 차 막힐 것 같은데…" "아, 상이네 연락 한번 해봐. 형님하고 같이 보면 좋겠는데?" "3시 30분에 종로3가에서 보자고 하네." 2) 강 남쪽과 다른 강 북쪽 게임만 하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저와 아내는 동대문역에 도착했습니다. 아내 직장은 강남, 저 역시 학생 때 강남에만 있어 강북은 늘 낯설었습니다. 강남은 큰 대로를 중심으로 맛집이 늘어서 있고, 골목을 벗어나면 한적해지는 느낌인데, 동대문에서 종로3가까지 걷는 길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동대문역 근처...

달리기 _ 인터벌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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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달리는 사람의 필수 사항 어제 오후 4시부터 7시 30분까지,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움직였습니다. "대현(둘째) 오늘 치과 5시 예약이야." "어, 내가 데려다 줄게." 둘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습니다. "아빠 4시 30분까지 집 도착할 테니까 밖에 나와 있어." 사무실을 막 나서려는데, 그 타이밍에 업체에서 제품 문제로 전화가 옵니다. 꼭 바쁠 때만 나타나는 신호들처럼. 어찌저찌 해결하고 급하게 우체국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마다 신호는 왜 그렇게 다 걸리는지요. 우체국에서 물건 접수하고 나가려는데, 제 차 앞에서 한참을 비켜주지 않는 분까지… 4시 30분까지 3분밖에 안 남았는데도 말이죠. 간신히 시간 맞춰 둘째를 픽업해 치과에 데려다 주고, 치료가 끝날 때까지 진을 빼듯 기다렸습니다. 치료가 끝나자 바로 첫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진유야, 아빠가 10분 안에 도착하니까 전화하면 바로 내려와. 홍익돈가스 가자." "나 오늘 도수치료 받는 날이라 병원 가야 하는데…" "아직 시간 있잖아. 밥 먹고 아빠가 데려다 줄게." "알았어." 시간 아끼려고 차 안에서 메뉴까지 정해두고, 6시 10분 도착하자마자 외쳤습니다. "돈가스 하나, 생선가스 하나, 볶음짬봉우동 하나, 그냥 우동 하나요!" ‘6시 30분까지는 먹어야 7시 30분까지 종합운동장 갈 수 있는데… 아, 오늘도 늦겠다.’ 서둘렀음에도 6시 40분에 겨우 계산을 하고 나왔습니다. 둘째를 집에 데려다주고, 첫째를 의왕 시대병원에 내려주려고 가는 도중 또 업체 전화. 통화하느라 첫째와 인사도 못 하고 내리게 했습니다. 다시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디야?" "인덕...

“LSD는 나와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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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주제 파악 동호회 들어가기 전, 혼자 뛰던 시절에는 아내에게 종종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냥 천천히 뛰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날 추월하는 거야. 갑자기 전투력 올라가서 끝까지 쫓아갔더니 너무 힘들더라고.” “안양천에서 내가 제일 빠른 것 같아. 뭐, 마라토너처럼 보이는 사람들 빼고.” 그땐 정말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동호회에서 선배님들과 같이 뛰고, 첫 마라톤 대회를 다녀온 뒤엔 이런 말들을 다시는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주제 파악’, 자기 객관화가 되더군요. II. 어제의 나 마라톤을 하면 ‘남들보다 더 잘 달려보겠다’는 마음은 금방 사라집니다. 막상 뛰어 보면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라는 걸 온몸으로 깨닫게 되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준이 바뀝니다.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 그런데 이 ‘어제의 나’도 굉장히 어려운 상대입니다. 하루 이틀 방심하면 금세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멀어져 있습니다. 열심히 해야 비슷해지고, 정말 열심히 해야 겨우 앞서갑니다. 그러다 잠깐 게을러지면 또 ‘어제의 나’에게 추월당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실천하게 됩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보다 나아져라.” III. LSD — 나와 마주하는 시간 LSD(Long Slow Distance)는 남과의 경쟁이 사라지고, 오롯이 나와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초반엔 가볍고 여유롭지만 15km가 넘어가면 몸의 진짜 상태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호흡은 괜찮은데 심박은 올라가 있고, 다리는 무거워지고, 마음은 흔들립니다. 그때부터 ‘나’와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지금 이 페이스 유지할 수 있을까?” “반환점까지만 가 보자.” “아직 멀었네 그래도 가자.” LSD는 늘 이렇게 묻습니다. “너 지금 어떤 상태야? 어디까지 갈 수 있어?” 그래서 장거리를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나를 넘어서는 건 결국 나뿐이라는 사실을. IV. 결론 — 달리기는 ‘나’를 키우는 일 ...

'아 못 버티겠다. 딴데 가지 뭐' 이직이 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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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안은 전쟁터, 밖은 지옥이었다 — 퇴사 후 깨달은 진짜 현실 20년 직장 생활 끝에 깨달은 현실. 아부도 실력이고, 열심히만으로는 오르지 않는다. 퇴사 후 알게 된 건, 직장 밖이 지옥이 아니라 내가 준비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키워드: 직장인 현실, 퇴사 후 깨달음, 커리어 착각, 50대 직장인, 재취업 고민 I. 전장과 지옥 “직장 안은 전쟁터, 밖은 지옥.” 처음엔 과장된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그보다 더 현실적인 표현은 없더군요. 지옥 같은 백수 시절도 있었고, 피 터지게 싸우던 직장 생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미생 을 보며, 많이 공감했죠.  그렇게 20년 동안, “직장 밖은 지옥이니까 버텨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살아왔습니다. II. 아부도 실력 ‘아부’란 단어, 남의 비위를 맞추며 알랑거림.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하는 배려는 누구도 “아부”라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존경할 수 없는 사람에게 해야 할 때입니다. 그때부터 출근길이 전장터가 아니라 지옥문 이 되더군요. 결국 직장 안도, 밖도 모두 지옥 같을 무렵… 퇴사했습니다. III. 내가 했던 착각 “열심히 잘하면 자연스럽게 부장 되고, 언젠가 이사도 되겠지.” 하지만 회사는 실력만으로 굴러가지 않더군요. 실력 + 라인 + 아부 , 결국 위사람한테 잘 보여야 나에게도 길이 열렸습니다. 착각 ① —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면, 회사가 알아서 챙겨주겠지.” 출장 중 뇌수막염으로 죽다 살아났을 때, 회사는 ‘복지포인트로 병원비 충당하라’ 그 말뿐이더군요.  착각 ② — “모두 나처럼 열심히 일하겠지.” 타 부서 팀장은 일본 출장 3주 전부터 맛집 검색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착각 ③ — “성과가 나면 뭔가 더 주겠지.” ...

달리시는 분들 모두, 첫 인터벌 훈련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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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시는 분들 모두, 첫 인터벌 어떠셨나요? 저는…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걸 왜 하는 건지. 그 첫 경험이 떠올라 이렇게 남겨 봅니다.   I. 첫 인터벌 훈련은 포기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속도를 끌어올리던 시기였습니다. 빌드업까지는 괜찮았지만, 600m 전력 + 400m 회복 인터벌은 1회만 하고 포기했습니다. ‘도저히 인간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야…’ 혼자 조깅주를 돌며 인터벌을 끝까지 해내는 회원님들을 보는데, ‘나만 포기했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운동 후의 상쾌함 대신 찜찜함이 가득했죠. 그것도 아주 오래, 아주 많이.   II. 그 다음 주 “조깅 5km 후 인터벌 7회 합니다.” 지난주의 그 찜찜함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소 조깅주 때 수다를 떨던 저는 그날만큼은 입을 꼭 다물고 코로만 호흡했습니다. 조용히 몸을 달구고, 시작 전 화장실에서 머리에 물을 적시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지난주엔 1회만 했는데… 이번엔 7회? 가능할까?” 1회전 600m를 채우기도 전, 400m를 지나며 포기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도 3회는 하자’는 마음으로 버티는데 회장님이 말했습니다. “10초 더 빨랐네요!” 2회전 속도가 약간 떨어져 버틸 만했습니다. 역시 마지막 200m는 또 지독했죠. 그래도 ‘3회까지는 가보자’는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3회전 정신이 없어 “지금 4회 끝났나?” 했는데 회장님이 “3회 끝났습니다.” 라고 말하더군요. 그 순간 멘탈이 흔들렸습니다. 4~5회전 숨은 거칠어지고 입은 자연스럽게 벌어졌습니다. 거의 한계에 왔고 억지로 버티는 느낌. 5회까지 끌고 간 뒤 결심했습니다. ‘6회부터는 속도를 포기하더라도 끝까지 가자.’ 6회전 자리를 뒤로 옮기며 “저는 뒤에서 뛸게요.”라고 했습니다. 출발 전, 모...

한양 도성길 트레일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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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동대문역에 내렸습니다. 얼굴은 퉁퉁 부었지만 마음만큼은 설렜습니다. 홍인지문에서 7시에 출발, 오랜만에 서울의 숨은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I. 코스 소개 출발:  동대문역 – 홍인지문(7:00 AM) 도착:  남산 이후 반환점 – 홍인지문(11:37 AM) 거리:  약 22km /  소요 시간:  4시간 47분 둘레길을 모두 달리는 건 아닙니다.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서울의 산과 길을 오가는 여정이었죠. 서울을 한 눈에 내려다 보며 잠시 쉬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먹고, 또 사진 한장 중간에 성곽이 멋있어서 멈추고 또 사진 한장 인왕산 초입에서 멀리 보이는 능선이 끝도 없어 보이고,,,  “저기 꼭대기가 인왕산이에요.”   “진짜 저 위까지 올라가는 거야?” 그렇게 올라가서 , 산세가 이뻐 또 사진 한장"  인왕산을 내려오면 시내로 이어집니다. 성문 앞에서 단체 사진 한 장,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며 ‘이제 정말 끝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남산. 남산 이후부터는, 올라가는 산이 없기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II. “가을 소풍 한번 가시죠!” “회장님, 이번엔 한양도성길 한번 가시죠.” 그렇게 가볍게 던진 말에서 시작된 소풍이었습니다. 회장님이 웃으며 “예전에 한번 했었는데, 홍인지문 옆이 바로 광장시장이에요.” 그 말에 이미 제 마음속엔 막걸리 한 잔이 그려졌습니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며 함께 웃고, 함께 힘들어하고, 마지막 남산을 넘으며 “이제 끝났다!”는, 훈련이 아닌, 가을 소풍이었습니다.  풍경을 위해 달리고 걸었던 즐거움이었습니다.  III. 준비물 & 팁 간식:  초코바 1~2개, 파워젤 추천 물:  500ml × 2병 (인왕산 전 구간엔 편의점 거의 없음) 중간 보급:  인왕산 아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당 보충! 남산 이후: ...